[10·29 부동산 대책 해부] 주택거래신고제 내용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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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부동산 안정대책이 나오자 수요자들은 주택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지만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택거래신고제가 점차 시장에 강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래신고제의 방향과 문제점, 시장 반응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정부가 연내 도입키로 한 주택거래신고제가 부동산 거래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한 즉시 집을 사는 사람이 실거래가로 해당 지자체에 계약내용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결국 취득.등록세, 양도소득세 등을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기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처 간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이 제도 도입을 발표한 데다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로 신고토록 하더라도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 이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주택거래 신고 어떻게 하나=현재는 부동산 매매 거래가 끝나면 법무사 등이 시.군.구에 계약서를 신고하고 검인을 받는다. 이때 사는 사람은 취득.등록세(총 5.6~5.8%) 부담을 줄이고, 파는 쪽은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해 실제 거래가보다 낮게 계약서를 적성하는 게 관행처럼 돼왔다.

하지만 건교부가 주택관련법을 연내 개정해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하면 집을 사는 사람은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 기간 이내에 시.군.구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시.군.구에서는 신고내용을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의 과세자료로 활용하고, 국세청 등에 통보해 양도소득세 등 국세의 과세자료로 쓰이게 할 방침이다.

◇어떤 문제 있나=실거래가로 계약내용을 신고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서울 강남구청에서 발급하는 검인계약서만 하루 평균 1백건, 연평균 3만2천건에 달한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주택투기지역만 현재 서울의 13개 구를 포함, 전국적으로 53개에 달해 하루 계약건수는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합의해 계약액을 낮출 경우 매번 실사를 할 수 없다. 행정력이 못미치는 것이다.

실거래가 자료가 확보되면 세금을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겨야 해 세금부담이 엄청 커진다.

현행 지방세법은 취득.등록세를 매길 때 우선적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고, 실거래가가 파악되지 않으면 지방세 시가표준액(현재 실거래가의 30%수준)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앞으로 세금을 실거래가로 매기면 취득.등록세 부담만 최소 5배 이상 커진다. 양도세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돼 높아진다.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이 무서워 매물을 내놓지 않아 도리어 집값을 끌어 올릴 수도 있다.

최재덕 건교부 차관은 "주택거래신고제가 적용될 지역과 대상 등을 앞으로 논의해 결정하고 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부처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윤.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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