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선희의 문화 예술 톡

코로나19 시대의 아트 바젤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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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스위스 아트 바젤이 1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던 아트 페어들이 올 초부터 다시 열리기 시작했고, 갤러리스트와 컬렉터의 장거리 여행도 다시 활발해졌다. 아트 바젤이 열리는 바젤 컨벤션센터 옆에 코로나 증명서 발급센터가 세워졌고,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 음성을 증명하는 팔찌를 받아야만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스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증명할 수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아트 바젤 방문객의 대부분은 유럽인이었다. 9만여 명이 다녀간 지난번 행사에 비해 이번에는 미주나 아시아 대륙의 컬렉터 대부분이 불참했다. 하지만 의욕 넘치는 컬렉터는 페어 시작 전에 미리 배포된 PDF 자료나 OVR(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이미 작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장터가 열리는 ‘하이브리드 아트 페어’라는 용어가 정착되고, 메이저 갤러리들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연일 그림을 교체해 걸고 있었다.

아트 바젤 2021에 설치된 코로나19 증명센터. [사진 최선희]

아트 바젤 2021에 설치된 코로나19 증명센터. [사진 최선희]

아트 바젤 기간에 발행된 영국의 더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는 ‘아시아 컬렉터의 수퍼 파워’라는 헤드라인으로 경제 파워를 등에 업고 급속히 부상하는 아시아 미술 애호가를 조명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아시아의 신흥 컬렉터들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입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에 나온 글로벌 미술시장 리포트도 흥미롭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컬렉터 수가 증가하고 미술시장이 확대되는 트렌드를 구체적인 통계로 제시했다. 코로나19 기간에 서양 미술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해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최근 세계의 많은 갤러리스트가 프리즈(영국의 대표적 아트 페어)의 서울 개최와 아트 바젤이 도쿄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미술시장의 거대한 파워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번 아트 바젤에서 동양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발견할 수는 없었다. 시장에 대한 관심에 비해 문화적 관심이나 교류는 아직 적당한 균형을 발견하지 못한 듯하다.

아무튼 행사장 안의 수준 높은 작품들, 크기의 제한을 최대한 허용한 아트 언리미티드에서 만난 위대한 작품들, 바이엘러 재단이나 쿤스트 뮤지엄 등의 다양한 미술 프로그램이 집약된 올해 바젤은 예술 작품으로, 혹은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건물과 위대한 건축가들의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하는 도시의 조화로움으로 여전히 강한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로 남아 있었다. 술렁이는 예술 장터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몸소 찾은 이들에게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크고 작은 감동을 가득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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