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가 아닙니다” 경고에도 美서 구충제 중독 급증

중앙일보

입력 2021.09.26 17:00

머릿니와 옴 등 피부기생충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버멕틴(ivermectin)의 모습. [연합뉴스]

머릿니와 옴 등 피부기생충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버멕틴(ivermectin)의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잘못 알려진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을 복용한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미국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이버멕틴을 복용한 뒤 약물중독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보인 사례를 49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보고 건수인 23건보다 두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일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버멕틴이 코로나19 환자의 치사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월에는 이버멕틴을 제조하는 글로벌제약사 머크(MSD)도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인들이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복용하기 시작한 것은 일부 보수 논평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미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터커 칼슨, 션 해너티, 로라 인그레이엄은 모두 코로나19 치료제로 이버멕틴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선전하는 등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퍼진 뒤에 보수 논객들의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둘째 주 미국 내 이버멕틴 외래환자 처방은 팬데믹 이전보다 24배나 폭증한 8만8000건을 기록했다. 이버멕틴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도 나왔다. 뉴멕시코주 당국은 지난주 코로나19 사망자 2명의 사망 원인이 이버멕틴 과다복용과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DA는 보고받은 이버멕틴의 부작용 사례를 49건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멕시코주에서만 지난해 12월부터 26건의 이버멕틴 과다 복용 사례가 집계됐는데, 이전 11개월 동안 단 2건이 나왔던 것에 13배나 폭증한 수치라고 FT는 전했다.

수전 스몰린스케 뉴멕시코 약물정보센터 소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례 대부분이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이버멕틴을) 사용했으며 이 가운데 13명이 치료시설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발작, 어지럼증, 얼얼한 것과 같은 신경 손상 등의 증상을 겪었으며 심한 경우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버멕틴은 머릿니와 옴 등의 피부기생충을 치료하기 위해 소량으로 사람이 복용할 수 있지만, 동물의 기생충 치료를 위해 수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약품이다. FDA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은 말이 아니다. 여러분은 소가 아니다. 사용을 멈춰라"라며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예방·치료제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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