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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델타에 당했으면…구충제·우유도 치료제 둔갑한 인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메단 북부 수마트라대학교 병원에서 10세 소년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하루 확진자가 5만명에 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메단 북부 수마트라대학교 병원에서 10세 소년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하루 확진자가 5만명에 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에 빠르게 번지는 가운데, 하루 5만 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구충제·우유 등에 “코로나19 치료 성분이 있다”는 헛소문이 퍼져나가 보건당국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 치료" 소문에 구충제 값 천정부지 #"우유 마시면 항체" "발진약 먹으면 예방" #전문가 "증거없는 뜬소문…부작용 우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들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잘못된 의학 정보가 확산됨에 따라 코로나19 대응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병상에 누운 가족과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시민들이 자칫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정보에 따라 치료를 시도하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구충제로 코로나 치료" 오보…가격 1000%↑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정부가 머릿니와 옴 등 기생충을 치료하는 약품인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승인했다는 오보를 냈다. 실제로 이버멕틴은 임상시험 중이지만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바 없다. 해당 약품은 1970년대에 개발된 구충제로 기생충 감염 치료에 쓰이는 값싼 약이다.

문제의 보도는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안전처(BPOM)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한 약품 목록에 이버멕틴을 포함시킨 데서 비롯됐다. BPOM은 곧바로 현지 언론에 이버멕틴을 긴급승인한 적이 없다고 정정했지만, 약국에서 파는 이버멕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최대 1000%까지 가격이 올랐다. 보건 당국은 이버멕틴의 온라인 거래를 중단 시키고 현장 점검을 다니며 단속에 나섰다. 이버멕틴의 제약사 머크는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고, 딕키 부디맨 그리스피대 역학박사는 “의사의 감독 없이 이버멕틴을 사용할 경우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부 유명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 이버멕틴을 치료제로 홍보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의료계 종사자인 레자 구나완은 팔로어 35만 명을 보유한 트위터 계정에 “이버멕틴은 안전하고 저렴하고 효과가 빠르다. 현재 진행 중인 예방접종과 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의사가 아니라고 했다.

구충제 이버멕틴. 연합뉴스

구충제 이버멕틴. 연합뉴스

"우유 마시면 코로나 항체 생겨" 뜬소문 

또 소셜미디어와 왓츠앱에서는 네슬레사의 우유 ‘베어브랜드’를 마시면 코로나19 면역세포(항체)가 생성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후 마트에서 해당 우유를 서둘러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찍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왔고, 제품 가격은 455% 넘게 치솟았다. 인도네시아 네슬레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항체를 생성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알렸다. BBC는 “이 같은 주장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고, 우유를 마시면 코로나19 항체가 만들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네슬레의 베어브랜드 우유.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당 제품을 마시면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된다는 뜬소문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네슬레의 베어브랜드 우유.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당 제품을 마시면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된다는 뜬소문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각종 민간요법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다. 피부 발진 치료에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인 ‘카유푸트’를 마시거나 흡입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거나, ‘영국산 프로폴리스’를 먹으면 면역력이 강화돼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 등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심지어 카유푸트 오일은 흡입할 경우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파힘 유누스 미국 메릴랜드대학 전염병 책임자는 “프로폴리스의 ‘면역 강화’ 기능은 매우 일반적인 용어일 뿐이고,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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