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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 떨던 몽블랑, 유명DJ사진 외벽에 '척'…거리 나선 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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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최근 가로수길 초입 4층짜리 건물 외벽에 래핑 광고를 시도했다. 사진 몽블랑코리아

몽블랑은 최근 가로수길 초입 4층짜리 건물 외벽에 래핑 광고를 시도했다. 사진 몽블랑코리아

명품 브랜드가 ‘거리의 예술가’로 나섰다. 전통적인 명품 소비의 메카인 청담동을 떠나 가로수길·성수동·이태원 등에서 건물 외벽 또는 카페 인테리어를 꾸미는 방식으로 브랜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은 예술가의 감성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명품까톡]

고가의 만년필로 유명한 독일 브랜드 몽블랑은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4층 높이 건물에 랩핑(랩핑(Wrapping) 광고를 선보였다. 랩핑이란 벽이나 기둥 등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덮는 기법으로, 사람들이 어느 위치에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용도 제품 모습보다 메시지를 강조했다.

‘내가 정한 삶의 방향이 나를 만든다(What Moves You, Makes You)’라는 문구와 함께 DJ 겸 패션 사업자 페기 구(본명 김민지)와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의 사진을 크게 실었다. 몽블랑은 이들이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일을 선택해 주변에 영감을 줬다며 올해의 ‘마크 메이커’로 선정했다.
몽블랑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예술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는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모델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버버리 로고로 뒤덮인 성수동 카페  

버버리는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마크69'에 TB 모노그램 프린트를 덮는 방식으로 광고를 진행 중이다. 사진 마크69 인스타그램

버버리는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마크69'에 TB 모노그램 프린트를 덮는 방식으로 광고를 진행 중이다. 사진 마크69 인스타그램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는 성수동 복합문화 공간 ‘마크69’와 손을 잡았다. 카페 건물 외벽에 버버리를 상징하는 TB 모노그램 프린트를 덮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속된 로고는 자연스럽게 카페 공간과 녹아들어 인테리어 효과처럼 보인다. 버버리는 2019년부터 성수동 거리에서 낡은 건물 벽면에 옥외 광고를 설치하는 등 꾸준히 새로운 광고를 시도하고 있다.

버버리는 2019년에도 성수동 낡은 건물에 외벽 광고를 진행했다. 사진 오브라운

버버리는 2019년에도 성수동 낡은 건물에 외벽 광고를 진행했다. 사진 오브라운

이탈리아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도 올가을 컬렉션을 론칭하며 가로수길·성수동·이태원 등 곳곳에 건물 랩핑 광고와 포스터를 활용했다. 이 브랜드 역시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지역을 찾아 건물 랩핑, 게릴라포스터, 아트월 등의 형태로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다.

루이비통, 녹색 제품과 외벽의 조화 

성수동 루이비통 팝업스토어는 통유리를 활용해 제품과 건물이 초록색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사진 루이비통코리아

성수동 루이비통 팝업스토어는 통유리를 활용해 제품과 건물이 초록색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사진 루이비통코리아

명품 3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꼽히는 루비이통은 지난 7월 성수동에 2층 규모의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컬렉션의 주된 색상인 초록색으로 건물 전체를 덮고, 건물 내 통유리를 활용해 제품과 건물이 같은 초록색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 외벽 랩핑 효과를 냈다.

명품 브랜드가 예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수준의 길거리 설치 미술을 광고에 활용하는 건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올 초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아웃도어 노스페이스와 협업한 제품을 공개하며 런던·상하이·밀라노 등 주요 도시 한복판에 아트월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명품도 MZ세대와 직접 소통해야”

구찌는 올초 노스페이스와 협업한 제품을 공개하며 런던·상하이·밀라노 등에 아트월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사진 구찌 인스타그램

구찌는 올초 노스페이스와 협업한 제품을 공개하며 런던·상하이·밀라노 등에 아트월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사진 구찌 인스타그램

럭셔리 브랜드가 거리로 나와, 소위 ‘핫플레이스(인기상권)’에서 옥외 광고를 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품의 디자인만큼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품이 소비자와 거리를 두고 고상한 척하기보다 MZ세대와 직접 소통하는 게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소비가 나 자신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디자인·컬리티뿐 아니라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를 따져본다”며 “이 때문에 환경 보호, 성평등, 도전 정신 등의 면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를 가졌는지를 광고를 통해 드러내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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