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중고? '빈티지'인데요…MZ 최애 브랜드는 나이키·구찌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09:00

업데이트 2021.09.05 09:06

중거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명품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판매 게시물이 나온다. 사진 번개장터

중거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명품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판매 게시물이 나온다. 사진 번개장터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구입한 정품 루이비통 급처(급하게 처분)합니다. 상태 좋고, 자연스러운 생활감 있는 A급입니다. 더스트백, 보증서 보내드릴게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루이비통·구찌·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명을 검색하면 수십만건의 판매 게시물이 나온다. 리셀(재판매) 프리미엄이 붙어 정가보다 비싼 제품부터 낡고 유행이 지나 매입가의 10%가량으로 떨어진 것까지 다양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명품 소비 확대에 힘입어 브랜드는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고거래 상위 검색어 56% 브랜드명

상반기 패션 브랜드 검색 순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상반기 패션 브랜드 검색 순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번개장터 검색어 상위 50개 중 절반이 넘는 28개는 브랜드 이름이 차지했다. 가장 많이 검색된 1위는 나이키로 운동화 리셀 열풍의 영향을 받았다. 2위부터 10위까지는 구찌·스톤아일랜드·루이비통·프라이탁·톰브라운·폴로·샤넬·메종마르지엘라·뉴발란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인 유럽 명품과 신흥 명품 강자, 스포츠 잡화, 친환경 업사이클링 등 MZ세대가 주목하는 브랜드가 골고루 검색됐다.

덕분에 중고거래의 평균 객단가도 올랐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최근 운동화와 가방·지갑의 평균 중고거래 가격은 각각 10만원, 17만원에 달했다”며 “패션뿐 아니라 디지털·레저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도 브랜드 검색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대 명품 소비자 45% 중고 경험  

번개장터는 브랜드를 중고거래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하고, 지난 1일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다.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는 브랜드를 중고거래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하고, 지난 1일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다. 사진 번개장터

중고거래 시장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중고거래 관련 카드 결제(에스크로 기반 플랫폼 결제)의 61%는 2030세대가 차지한다. 중고 명품을 사는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명품 소비자의 45%가 중고 명품을 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거래 채널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52%로 가장 많았고, 중고거래 플랫폼 31%, 중고명품 매장 29%로 뒤를 이었다.

번개장터는 브랜드가 중고거래의 새로운 중심이 됐다고 보고, 지난 1일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했다. 메인 화면에 ‘브랜드 팔로우’ 기능을 추가해 관심 브랜드의 새 게시물을 모아볼 수 있는 탭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하루 약 9만개의 업로드 상품을 분석해 브랜드 단위로 상품을 자동 분류한다.

낡은 ‘중고’ 아니라 ‘빈티지’로 재해석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한 창고형 빈티지 매장 비바무역은 중고 샤넬 가방, 프라다 자켓, 발망 바지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배정원 기자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한 창고형 빈티지 매장 비바무역은 중고 샤넬 가방, 프라다 자켓, 발망 바지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배정원 기자

명품 중고 시장 확대는 명품을 ‘소장’하기보다 그때그때 유행과 패션 스타일에 맞춰 ‘착용’하는 데 중점을 두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린다. 이들은 명품을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다만, 구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명품을 소유하기 위해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중고를 바라보는 관점도 기성세대와 다르다. MZ세대는 중고 명품에 대해 남이 쓰던 낡고 후줄근한 제품이 아니라 오래돼 더 가치가 있는 빈티지로 인식한다. 부모 세대를 풍미한 디자인을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해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개성을 뽐내기 위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명품에 대한 소비 욕구도 강하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플렉스(소비 과시) 문화 영향으로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플랫폼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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