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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 신발이 저절로 신겨지네”…IT기술로 두세계 넘나드는 명품들

중앙일보

입력

구찌가 31일 공개한 '가옥 스마트 가이드'를 이용하면 이동할 때마다 눈 앞에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구찌코리아

구찌가 31일 공개한 '가옥 스마트 가이드'를 이용하면 이동할 때마다 눈 앞에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구찌코리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앞의 가방과 의류 정보가 스마트폰 화면에 뜬다. 콜렉션의 의미부터 가격·색상·사이즈 등 쇼핑을 위한 내용이 착착 보인다. 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면, 최신 운동화가 저절로 신겨진다. 휴식 공간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게임 기능이 열리고, 멋들어진 배경 앞에서는 사진을 찍어 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대표매장 ‘구찌 가옥’ 이야기다. 구찌는 삼성전자·삼성SDS와 손을 잡고 약 1년에 걸쳐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가옥 스마트 가이드’를 지난 31일 공개했다. 스마트 가이드는 초광대역(UWB)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한 일종의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로,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오프라인에 적용해 쇼핑 편의를 높였다. 직원의 응대 없이 나 홀로 쇼핑을 즐기고 싶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배려한 서비스다.

구찌의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디지털 엽서를 꾸밀 수 있다. 사진 구찌코리아

구찌의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디지털 엽서를 꾸밀 수 있다. 사진 구찌코리아

삼성SDS 관계자는 “고객이 특정 제품에 다가설 때 관련 정보를 수신하는 통신망을 삼성SDS가 매장 내 구축했고, 삼성전자가 ‘갤럭시Z 폴드3’를 통해 이를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오프라인 매장은 디지털 경험을 중요시하고, 특히 명품 브랜드가 이러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이 신기술에 투자하는 이유  

구찌는 AR을 통해 가상으로 운동화를 신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구찌코리아

구찌는 AR을 통해 가상으로 운동화를 신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구찌코리아

구찌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디지털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편이다. 특히 상용화 초기 단계에 불과한 메타버스(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에도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디지털 전용 ‘디오니소스 가방’을 4115달러(약 465만원)에 판매했다. 아바타가 방문할 수 있는 ‘구찌 빌라’도 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찌는 2019년부터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어디서든 구찌 운동화를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찌가 지난 5년간 명품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MZ세대를 위한 신기술 적용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디자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도 주목한다”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진보적인 태도가 젊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넬·펜디도 ‘디지털 쇼핑 경험’ 강조

샤넬의 '트라이온'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상으로 신상 립스틱을 발라 볼 수 있다. 사진 샤넬 홈페이지

샤넬의 '트라이온'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상으로 신상 립스틱을 발라 볼 수 있다. 사진 샤넬 홈페이지

실제 명품업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마스크 착용으로 매장 내 샘플 사용이 어려워지자 A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샤넬·입생로랑의 온라인·모바일 ‘트라이온(착용)’ 서비스를 이용하면 새로 출시된 립스틱과 아이섀도, 아이라이너 등을 가상으로 발라볼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수의 매장의 문을 닫게 되자 가상현실(VR) 매장을 연 명품 브랜드도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파리·멜버른·오사카·마이애미 등의 매장을 가상으로 구현해 방구석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 역시 도쿄·뉴욕·LA 등의 매장을 활용해 가상의 쇼핑 플랫폼을 구축했다. 펜디의 경우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1층 매장을 VR 배경으로 썼다.

프라다는 전세계 매장을 활용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VR 매장을 만들었다. 사진 프라다 홈페이지

프라다는 전세계 매장을 활용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VR 매장을 만들었다. 사진 프라다 홈페이지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유통업체 대부분이 e커머스 플랫폼 개발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명품 브랜드는 온라인·모바일 상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하므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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