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로’이어 ‘오프화이트’까지…명품계 포식자 LVMH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5:00

업데이트 2021.07.23 10:27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활발한 인수 합병 전략으로 빠르게 명품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명품까톡]

지난 1월 세기의 ‘딜(deal)’로 회자했던 미국 보석 업체 ‘티파니’ 인수 이후에도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지분 상당량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에서도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에트로·오프 화이트 지분 각 60% 확보

지난 18일 LVMH 계열 사모펀드 ‘엘 캐터튼’은 50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의 지분 60%을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5억 유로(약 6700억 원)으로 시장은 추산하고 있다. 엘 캐터튼은 2016년 LVMH그룹과 미국 투자회사가 함께 세운 사모펀드다. 에트로 지분의 40%는 기존 소유자인 에트로 가족이 보유하며 설립자인 제롤라모 에트로가 회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LVMH 계열 사모펀드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의 지분 60% 인수했다. 사진 에트로 공식 인스타그램

LVMH 계열 사모펀드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의 지분 60% 인수했다. 사진 에트로 공식 인스타그램

이어 20일에는 LVMH그룹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지분 6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오프 화이트는 현재 LVMH 소속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자이너인 버질 아블로가 2013년 만든 브랜드다.

뉴욕타임스는 “LVMH가 오프 화이트의 지분 60%를 인수한 후 버질 아블로와 함께 패션뿐만 아니라 식음·호텔 등 그 이상의 카테고리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투자로 LVMH그룹 내에서 버질 아블로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지분 60%를 인수한 LVMH. 사진 LVMH 홈페이지

현재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지분 60%를 인수한 LVMH. 사진 LVMH 홈페이지

앞서 12일에는 3년 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을 떠났던 디자이너 피비 필로가 만든 새 브랜드에 LVMH의 지분 소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피비 필로는 셀린을 약 10년간 진두지휘했던 디자이너로 ‘여성이 원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량이지만 LVMH의 지분참여는 피비 필로의 귀환과 함께 화제가 됐다.

세계 최고 부자 넘보는 LVMH 아르노 회장

루이비통·디올·로에베·펜디·셀린·지방시 등 약 75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LVMH는 지난해 447억 유로(약 60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 5월 LVMH그룹의 주가가 대폭 상승하면서 자산이 1863억 달러(약 214조원)로 늘어나 한때 세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당시 자산 1860억 달러(약 213조원)의 제프 베조스, 1473억 달러(약 169조원)의 일론 머스크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특히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2020년 3월 기준 760억 달러(약 87조원)에서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LVMH 매출이 코로나19 여파로 17%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170억 달러(19조5000억원)를 기록, 1년 전보다 무려 32%나 깜짝 반등한 결과로 보인다.

LVMH 보유 브랜드.

LVMH 보유 브랜드.

‘티파니’ 이후, 버켄스탁·토즈도 사들여

지난 1월 LVMH는 미국 최대 보석 업체인 ‘티파니 앤 코’의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만 약 19조원에 달하는 세기의 거래였다. LVMH는 티파니 인수로 귀금속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 세계 명품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토즈’의 지분을 6.8% 추가 매입해 총 10%를 확보했다.

LVMH는 지난 1월 '티파니 앤 코'를 19조원에 인수 합병했다. 사진 LVMH 공식 인스타그램

LVMH는 지난 1월 '티파니 앤 코'를 19조원에 인수 합병했다. 사진 LVMH 공식 인스타그램

실제 LVMH의 합작 사모펀드 엘 카터튼의 공격적 행보가 두드러진다. 이 펀드는 지난 1년간  패션, 기술 부문을 망라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에트로 인수에 앞서 올 1월에도 독일의 ‘버켄스탁’ 지분 약 70%를 34억 달러(3조9000억원)에 매입했다.

LVMH 계열 사모펀드 '엘 카터튼'은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을 인수했다. 중앙포토

LVMH 계열 사모펀드 '엘 카터튼'은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을 인수했다. 중앙포토

코로나 혼돈 속, 승자는 LVMH?

LVMH 그룹 2021 인수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VMH 그룹 2021 인수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 등이 봉쇄되면서 명품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다만 LVMH는 빠르게 위기를 돌파해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더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여기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중국의 명품 소비 심리가 살아나 LVMH의 핵심 사업부인 패션 및 가죽 제품 브랜드 실적이 크게 회복된 영향이 크다. 루이비통과 지방시 등은 이 시기에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빠르게 회복하지 못한 일부 명품, 특히 이탈리아 패션 산업이 M&A 등으로 활발히 재편되고 있다. LVMH의 에트로 인수 외에도 몽클레르 그룹이 이탈리아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를 인수했다.

프랑스 최대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LVMH) 그룹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최대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LVMH) 그룹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공격적 인수 합병으로 LVMH를 이끌어온 아르노 회장의 종종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로 비유되곤 한다.

1990년대 마크 제이콥스, 펜디, DKNY 등 명품 업체를 싹쓸이해 가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다만 인수를 하되, 각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준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엔 인수·합병이 아니라 미국 유명 가수 리한나와 럭셔리 브랜드 ‘펜티(FENTY)’를 함께 런칭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실적이 부진해 올해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브랜드 직접 설립보다,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는 LVMH의 방식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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