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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에 중국이 큰 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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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럽식 보호주의는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민.서비스.농업 분야와 정부 규제 등 네 가지 분야에서 하루빨리 개혁을 해야 유럽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62.사진)은 7일 오후 1시30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도전받는 유럽자본주의: EU의 시각'이란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식 자본주의가 효율적이며, 따라서 더 도덕적이라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의 견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중국이 한국 통일의 큰 장애"라며 "중국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반도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중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SNU-KIEP EU센터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했다.

다음은 기 소르망의 강연 요지.

◆ 유럽연합(EU)의 의미=EU는 굉장한 역사의 성과물이다. EU의 개념을 창안했던 장 모네는 정치나 외교가 할 수 없는 일을 이뤄냈다. 유럽은 과거 1000년 동안 전쟁을 했지만 지금은 평화가 정착됐다. 이 기초는 바로 EU다. 모네는 자유무역과 경제 통합으로 평화를 이뤘다. 하지만 자유무역과 유럽통합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제공한 안보 보호막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 미국식 모델이 더 도덕적인가=펠프스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나는 미국 자본주의 자체의 장점이 아닌 외부에서 제공된 몇 가지 동력이 미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그중 하나는 저임과 하이테크 노동력을 모두 제공하는 이민자들이다. 또 미국은 달러가 국제 기준 통화이기 때문에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또 한 체제의 성공을 평가할 때 성장률이나 취업률 같은 잣대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나 삶의 질 같은 잣대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펠프스의 주장 중엔 받아들일 점도 있다. 세계화로 인해 유럽 자본주의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유럽 자본주의 모델 수정해야=유럽엔 두 가지 자본주의 모델이 있다. 모델 1은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모델로 영국과 신흥 동유럽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모델 2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구대륙에서 그동안 추구해왔던 사회보장제도 우선, 큰 정부, 규제 중심의 사회민주주의다. 에어버스의 어려움은 모델 2의 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식 보호주의는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 동아시아도 EU식 통합 가능한가=외교에만 의존하는 방법보다는 경제 통합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동아시아 국가 중 중국이 민주적이거나 예측가능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통합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뿐 아니라 중국 때문에 동아시아에 미군의 주둔을 피할 수는 없다. 동아시아에 미군이 없을 경우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 기 소르망(Guy Sorman)=문화비평가 겸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다.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국립 동양학학교(INALCO)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으며, 현재 파리정치대(IEP) 교수다. 20년 넘게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각계 인사들과 교분이 깊다. '중국이라는 거짓말'(2006년), '미국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2004년), '신국부론'(1986년) 등 30여 권의 책을 썼으며 대부분 스테디 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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