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조심하는 틈에 번개같이 수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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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6보 (78 ~ 98)]
白.山田規三生 8단 | 黑.朴永訓 4단

78로 목숨을 살아가자 박영훈4단은 기민하게 79의 요소를 차지한다. 이 한 수가 진로를 가로막자 백△ 한 점이 무척이나 곤궁해 보인다. 79가 노리는 것은 백△뿐이 아니다. 그 칼날은 은연중 중앙 백 대마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야마다8단은 더 이상 겁을 내지 않는다. 형세가 너무 궁해지면 용감해지는 법. 그는 어깨를 한번 쭉 펴더니 80으로 중앙의 틀을 잡는다. 좋은 균형감각이다. 백△ 쪽은 잡아가라고 한다.

박영훈은 극도로 조심스럽다. 형세는 수중에 들어온 느낌이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다가는 자칫 국을 쏟을 염려가 있다. 그는 백△를 잡아 단칼에 목을 치고 싶은 유혹을 가까스로 떨쳐내며 83부터 87까지 중앙을 정비한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수없는 야전 속에서 뼈가 굵은 박영훈의 승부호흡이 무척이나 견실하다.

그 틈을 타 야마다가 신속하게 움직인다. 88, 90을 선수하고 92, 94의 맥을 구사해 위기의 백△를 가볍게 수습해낸다. 번개 같은 추격전이다.

"바둑이 길어지겠는데요"하고 유창혁9단이 말한다. 상변에서 백이 당했을 때는 단명국의 냄새가 짙었다. 그러나 야마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한가지 84, 86의 수순은 '참고도' 백1로 건너붙여 3으로 끊는 것이 선수라서 더 유력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장은 흑4 때문에 후속수단은 없지만 A로 두점 잡을 수 있는 것은 똑같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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