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론스타 고집했나"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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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을 구속한 데 이어 외환은행 매각 당시의 금융 감독 및 승인기관 관계자 2~3명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 대상이 관심거리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비록 영장 단계이긴 하지만 법원도 (이씨의 행위가)기본적으로 정책적 판단 오류인지, 불법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성격 규정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부는 왜 론스타를 고집했나"=2003년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매각 협상이 진행될 당시 금융감독.승인기관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다.

검찰은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입 자격을 주기 위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춘 데 개입한 혐의를 이들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펀드가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선 해당 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가 8% 미만으로 책정돼야 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들이 의도적으로 BIS 비율을 낮췄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변양호(52)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변씨는 2003년 7월 15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10인 회의'에서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변씨는 재경부 담당 사무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 "왜 BIS 비율 적정성 검토하지 않았나"=이후 재경부는 금감위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금감위 감독정책1국은 BIS 비율 6.16%에 대한 적정성 검토 없이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석동(53)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을 상대로 "2003년 말 BIS 비율이 8%를 넘는다"는 내부 자료가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중회(57) 금감원 부원장도 외환은행에 대해 현장 점검을 통해 BIS 비율 전망치를 9% 이상으로 산정하도록 지시하고도 9월 말 금감위의 매각 승인회의에는 6.16%로 산정한 자료를 제출한 경위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이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내부 검토한 BIS 비율 전망치가 너무 높다"며 이를 낮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김진표(59) 경제부총리와 이정재(60) 금감위원장이 이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법률회사 고문으로 있었던 이헌재(62) 전 경제부총리의 당시 역할에 대한 의혹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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