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대세에도 ‘코로나 아웃’ 고수하는 뉴질랜드

중앙일보

입력 2021.09.20 08:00

“코로나19 대응의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대가)’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2020년 6월, 뉴욕타임스)  

“뉴질랜드는 고립된 디스토피아(dystopia·反이상향)로 변하고 있다.”(2021년 8월, 텔레그래프)   

‘코로나19 제로’를 추구하는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그대로인데, 평가는 1년 2개월 만에 왜 극명하게 달라진 것일까. 

지난 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해변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해변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섬나라 뉴질랜드는 지난해 3월부터 국경을 닫았고, 확진자가 조금만 늘어도 봉쇄했다가 ‘0’ 수준이 되면 풀기를 반복했다. 상당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코로나19 청정국'이란 부러움을 샀다. 인구 수(약 486만 명)를 감안해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3981명, 누적 사망자 27명으로 적은 편이다. 아던 총리는 방역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재집권에도 성공했다. 

확진자 조금 나와도 ‘봉쇄’…“지속 가능한가” 

하지만 최근 들어 일각에선 뉴질랜드의 '코로나 아웃' 전략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는 엔데믹(풍토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고, 백신 접종을 통해 위·중증과 사망자가 감소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제거를 목표로 강력한 봉쇄를 하는 게 지속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일상을 회복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는 나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강력한 거리두기를 시행하던 이웃나라 호주까지 이런 전환을 예고할 정도로 '위드 코로나'가 대세이지만, 뉴질랜드는 꿋꿋하게 기존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뉴질랜드 보건부 홈페이지엔 지금도 '우리의 코로나19 제거 전략은 가치가 입증됐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CNN은 "뉴질랜드는 다른 나라들과 같은 방식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 계획이 없다"고 평했다.

뉴질랜드는 오클랜드 지역에 내린 최고 수준의 4단계 봉쇄령을 오는 21일까지 연장했고, 나머지 지역은 경보 2단계로 내린 상태다.  

英 언론들 “은둔 국가” “영원히 봉쇄하라” 조롱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올랐던 지난달 중순인 17일 뉴질랜드 정부가 전역을 봉쇄하자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적인 견해가 나왔다. 영국은 방역 규제 대부분을 없앤 '위드 코로나'의 길을 걷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대응은 지난해 이상적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린 이제 백신을 갖고 있다. 백신은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를 상당히 줄여준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제거 전략은 이익은 매우 제한적이고, 비용은 많이 든다"고 했다. 이어 "한때 환영받던 뉴질랜드는 자유를 빼앗기고, 외국인의 출입을 대부분 금지하는 고립된 디스토피아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

다.  

뉴질랜드에서 코로나19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코로나19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2차 접종률)은 14일 기준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텔레그래프는 "뉴질랜드가 지난달 전역을 봉쇄했을 당시 백신 접종센터도 폐쇄했다"며 "영원히 봉쇄하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더 타임스는 뉴질랜드에 대해 "코로나19 감옥에 갇힌 신비한 사회주의 은둔 국가"라고 평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국경 폐쇄 정책으로 올 1월 뉴질랜드를 방문한 해외 여행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8% 이상 줄었다.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도 이웃 뉴질랜드를 비판했다. 최근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뉴질랜드의 '코로나19 제로' 방식에 대해 "터무니 없다. 어떤 나라도 영원히 동굴에 머물 수 없다"며 "봉쇄 전략을 지속하기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접종 완료율 34.3%인 호주는 성인의 80%가 백신을 접종하면 거의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뉴질랜드 국민은 지지 높아…“우린 가능하다”  

일부의 따가운 시선에도 뉴질랜드는 당분간 기존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25일 가디언에 따르면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보건부 장관은 "지금까지 노력해 왔는데, 여기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외부의 지적과 달리 당국의 코로나19 제거 전략에 뉴질랜드 국민들은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 사이트 스핀오프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제거 전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또 84%가 봉쇄 조치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 정부에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조언하는 공중보건 전문가 마이클 베이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제거'는 모든 지표를 근거로 한 최상의 전략"이라며 "뉴질랜드에서 제거는 과학적으로 가능하고,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뉴질랜드가 이를 다시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뉴질랜드는 향후 기존 방역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14일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봉쇄령을 영원히 유지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