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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집계 중단" 파격 선언…전세계 놀란 싱가포르 자신감[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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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방역 고삐를 조이는 가운데 최근 싱가포르에선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싱가포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지면 봉쇄를 하지 않고, 감염자 추적과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종의 '독감'처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만 관리한다고 한다.  

싱가포르 전경. [AFP=연합뉴스]

싱가포르 전경. [AFP=연합뉴스]

싱가포르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아닌,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가포르의 이런 계획 전환은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고 평했다. 

싱가포르, 확진자 집계 중단 위중증만 관리 #중국 백신 불인정, 그래도 접종률 63% #방역 포기? 모임 제한 등 기본 방역 철저 #"바이러스 근절 아닌, 함께 사는 법 모색"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변이 확산 등으로 이런 전환은 아직까지 엄두내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함께 '코로나 청정국'으로 꼽혀온 뉴질랜드와 호주까지도 델타 변이 확산에 방역 수준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런 선언을 가능하게 한 건 철저한 방역과 높은 백신 접종률이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가 발견된 후 1년 넘게 감염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 9일 정오 기준 싱가포르의 지역사회 감염자는 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명 정도인데, 대부분 해외 유입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2차 모두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아시아 국가 코로나19 백신 1·2차 접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시아 국가 코로나19 백신 1·2차 접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싱가포르의 파격 선언으로 일각에선 싱가포르가 "방역을 포기한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지금도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오는 12일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데, 식사 제한 인원이 현재 2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데 그쳤다. 마스크 의무 착용, 거리 두기 등도 그대로 유지된다. 지금처럼 재택근무도 시행하지만, 금지 사항이었던 직장 내 모임(5명 제한)은 허용된다. 적은 확진자 수를 감안할 때 매우 염격한 조치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싱가포르는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키되, 서두르지 않고 단계를 서서히 완화하면서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식사를 2명까지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조치는 12일부터 완화돼 5명까지 식사가 가능해진다. [EPA=연합뉴스]

싱가포르는 식사를 2명까지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조치는 12일부터 완화돼 5명까지 식사가 가능해진다. [EPA=연합뉴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은 현지 언론에 "사람들은 이제 이 전투에 지쳤다"고 전했다. 이어 "모두가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까요?'라고 묻는데 나쁜 소식은 코로나19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가 있어도 우리가 정상적으로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가 이처럼 '코로나가 있어도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는 건 백신 접종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에 걸려도 대체로 증상이 경미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영국 등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에선 확진자가 다시 급증해도, 입원 환자와 사망자는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70~80%에 달하면 일상 생활을 거의 회복해도 감염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최근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우선 이달 말에 2차 접종률이 50%에 달할 경우 식사 가능 인원을 8명으로 늘리는 등 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1차 접종률은 62.8%, 2차 접종률은 37.4%다. 백신을 조기에 확보한 효과가 컸다. 싱가포르에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가운데 국민이 하나를 선택해 접종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두 백신의 임상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전문가단과 정보력을 동원해 백신을 선구매했다고 한다.  

중국 백신 접종은 통계서 제외 

싱가포르 보건부는 접종자 통계에서 중국산 시노백 백신 접종자는 아예 제외한다고도 밝혔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접종하는 백신이 아니며, 델타 변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충분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게 모임 참석시 코로나 검사를 면제하고 있는데, 시노백을 맞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도록 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의 인구는 약 580만명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들에 비해 감염병 통제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도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도 봉쇄 정책은 펴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국의 로드맵처럼 공존을 준비하자는 의미다.  

전염병 전문가 데일 피셔는 "목표는 바이러스 근절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병 컨설턴트 폴 탐비아 교수는 "국경이 개방돼 있는 한 때때로 바이러스는 해외에서 유입되고, 또 밖으로 나가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싱가포르에서도 기본적인 방역 수칙은 상당 기간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런 조치는 내년 말까지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테오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선 감기 예방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닦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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