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ESG 열풍 1년…전문가들 모여 한국ESG학회 창립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8 05:00

업데이트 2021.09.18 07:02

ESG 투자 이미지. 셔터스톡

ESG 투자 이미지. 셔터스톡

지난해 가을부터 국내 기업들 사이에 불기 시작한 ESG 열풍.
각 기업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국내에서 관련 학회까지 등장했다.

한국ESG학회는 17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창립총회와 제1회 학술대회를 열었다.

17일 열린 한국ESG학회 창립총회 참석자들. 강찬수 기자

17일 열린 한국ESG학회 창립총회 참석자들. 강찬수 기자

ESG는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를 말한다.

전문 평가기관에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각 기업의 ESG 점수를 매기고, 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해당 기업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자금을 회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날 총회에서 학회장으로 선출된 조명래 단국대 명예교수(전 환경부 장관)는 이어진 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았다.

17일 한국ESG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강찬수 기자

17일 한국ESG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강찬수 기자

조 학회장은 "2020년 한 해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자산 가운데 ESG를 기업 평가 요소로 삼는 자산이 45조 달러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며 "2030년에는 이 비중이 95%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비재무적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만 다뤄졌던 ESG가 이젠 재무적 혹은 투자 리스크 관리 자체로 간주하는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조 학회장은 "사회적 공기(公器,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ESG 제도를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조직 중간 수준인 가칭 'ESG 진흥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탄소 중립 등 정부의 ESG 관련 정책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ESG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기업들에 ESG 관련 자문과 컨설팅도 진행하자는 것이다.

주제발표 중인 정희영 SK그룹 부사장. 강찬수 기자

주제발표 중인 정희영 SK그룹 부사장. 강찬수 기자

주제 발표를 맡은 정희영 SK그룹 부사장은 "지난해 ESG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가성비만 따지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가치 소비를 하는 쪽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중요 전략에도 ESG 개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애플이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식인데, 이런 생태계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K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7개 관계사가 RE100 가입을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강찬수 기자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강찬수 기자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ESG위원회를설치했지만, 지원 조직은 갖추지 못했다"며 "지원조직이 있어야 ESG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기업도 ESG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ESG 정보 공개가 중요한데, 관련 정보에 대한 검증 체계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ESG 학회에서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ESG연구소 윤용희 변호사는 "ESG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존재론이나 철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ESG라는 운동장에서 핵심 선수(key player)로 활동하지 않으면 퇴출당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최재철 국제박람회 기구 총회 의장이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최재철 국제박람회 기구 총회 의장이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를 지낸 최재철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장은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추진하는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는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EU-ETS)와 연계된 만큼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와 EU-ETS가 호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EU와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진행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EU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CBAM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ESG학회 총회에서는 고문현 숭실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가 차기 학회장으로, 김형준 한국코치협회 감사를 학회 감사로 선임했다.

ESG학회 차기 회장인 고문현 숭실대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SG학회 차기 회장인 고문현 숭실대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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