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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경도·위도 좌표까지 낸다, 높아진 EU 탄소 무역장벽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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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온실가스 감축 실행 계획인 이른바 '핏포 55 (Fit for 55)'를 발표했다.

모습 드러낸 탄소국경조정제도 #2026년 철강 등 업종부터 시행 #업체 등록은 2025년 9월부터 #상품생산 때 배출한 CO2 양만큼 #거래시장에서 배출권 구매·제출

이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다.

EU 집행위는 특히 이번 패키지에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의 도입도 포함했다.

해외에서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EU 역내에서 생산한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관해 부담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2026년부터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력 분야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이처럼 EU 회원국들의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분이지만,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2030년 기준으로 CBAM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 비해 유럽 내 관련 제품 수입이 11.9% 줄어들 것이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철강은 12%, 시멘트는 15.1%, 비료는 26.4%, 알루미늄은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 CBAM 시행은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이 연간 1조 원 이상을 추가 부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5일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EU 탄소국경제도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철강협회·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노벨리스코리아 등 주요 철강 및 알루미늄 기업 관계자도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5일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EU 탄소국경제도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철강협회·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노벨리스코리아 등 주요 철강 및 알루미늄 기업 관계자도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그렇다면 CBAM은 어떤 식으로 운영될까.

EU는 총 11장 36조에 이르는 CBAM 운영 규정안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CBAM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 운영 

지난 14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서 유럽연합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서 유럽연합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U는 이 CBAM을 유럽 내에서 시행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U-ETS)와 연계해서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복제'한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EU에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상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매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탄소 세금'을 내는 것이다.

현재는 철강·시멘트 등의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 일부를 무상으로 EU 회원국 기업에 할당하고 있는데, EU로 해당 제품을 들여오는 기업(수입자)에도 무상 할당 기준은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2026년부터 무상 할당량을 매년 10%씩 줄여 2035년에는 무상 할당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CBAM을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한 것은 수입 제품이 EU 역내에서 생산된 동종 제품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수입자는 27개 EU 회원국 세관 당국에서 운영하는 CBAM 시스템에 5년마다 등록해야 한다.

CBAM 자체는 2026년 1월에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이에 앞서 2025년 9월 1일부터 수입자의 등록과 승인 절차가 개시된다.

수입자(신고자)는 이전 5년 동안 심각한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하고, 관세법 등의 심각한 위반도 없어야 한다.
신고한 후에 범죄에 연루되거나 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수입자 등록이 취소된다.

분기마다 보고서 제출해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등록할 때는 상품 생산 시설과 관련해 수입자의 기업 정보는 물론 생산 설비의 위치도 등록해야 한다.
EU 밖에 있는 생산 설비의 정확한 주소는 물론 소수점 6자리를 포함한 경도·위도 좌표도 제시해야 한다.

수입자는 2027년부터 매년 5월 31일까지 전년도에 EU로 들여온 상품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해 제출해야 하고, 그 양에 해당하는 CBAM 배출권도 같이 제출해야 한다.
수입자는 배출권 거래 시스템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을 수시로 구매, 비축했다가 제출할 수 있다.

EU 집행위는 탄소 배출권 가격이 2025년 이산화탄소 1톤당 35.2 유로(2021년 6월 현재 환율로 약 4만7400원), 2030년에는 47.2 유로(약 6만35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각 수입자는 이와 별도로 2026년 2월부터는 분기별 수입 상품에 대한 정보 보고서(CBAM 보고서)를 분기마다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당연히 상품 1톤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보고서 제출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과도기인 2023년부터 2026년 사이에도 CBAM 배출권 제출과는 무관하게 분기별로 CBAM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상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료 생산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에다 상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을 더해서 상품 1톤을 생산할 때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단위 배출량)으로 계산한다.

원산지에서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산한 전력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했다면, 전력 생산 때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도 상품의 배출량 산출 때 반영해야 한다.

원산지에서 탄소 가격 지불했으면 면제

2016년 3월 독일 니더라우셈에 있는 유럽 최대 전력 및 가스 회사 중 하나인 RWE의 석탄 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3월 독일 니더라우셈에 있는 유럽 최대 전력 및 가스 회사 중 하나인 RWE의 석탄 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품 특성에 따라 비료 제품은 아산화질소를, 알루미늄 제품은 과불화탄소의 배출도 고려해야 한다.

공정이나 설비 등에 따른 구체적인 계산 방법은 추후 마련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경우는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EU 기업 중에서 효율이 하위 10%인 기업의 단위 배출량 수치를  적용한다.

수입자는 배출량 검증이 가능하도록 상세한 자료도 같이 제출해야 한다.
또, 추후 검증을 위해 4년 후까지 관련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수입자가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는 회원국이 인가한 검증인의 검증을 받게 된다.
검증 때는 시설 방문이 원칙이지만, 특정 기준이 충족되면 시설 방문을 생략할 수 있다.

수입자가 원산지 국가에서 이미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제 등의 방식으로 탄소 가격을 지불한 경우 이를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인정받으면 그만큼 CBAM 배출권을 덜 제출해도 된다.

CBAM 배출권 인증서를 기한(다음 해 5월 31일까지)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배출권 거래제에서 명시하고 있는 초과 배출량 벌금과 동일한 벌금을 내야 한다.

검증 후 배출량보다 CBAM 배출권이 적으면 당국에서는 추가 제출을 요구하고, 수입자는 1개월 이내에 부족한 만큼을 제출해야 한다.
또,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제출한 경우는 세관 당국이 수입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탄소 노출 우려되는 업종부터 시행"

프란스 티머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수석부회장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경제 집행위원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기자 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프란스 티머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수석부회장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경제 집행위원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기자 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U 집행위는 "CBAM은 2050년까지 EU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고, 감축 목표 강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누출 위험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CBAM이 없다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덜 한 외국 기업의 상품이 EU 역내로 수입되면서 오히려 지구 전체적으로 배출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다른 상황에서 특정 산업 부문의 기업이 배출 제한이 덜 엄격한 다른 국가로 생산을 이전하거나, 이러한 국가로부터의 수입한 값싼 상품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상품을 대체하는 경우 발생한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 업종을 우선 선정한 것도 탄소 누출 위험이 가장 큰 업종이기 때문이라는 게 EU 집행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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