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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 발레리나 완벽 다리찢기…"몸 커졌지만 더 행복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댄스매거진(Dance Magazine)의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콜린 워너가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댄스매거진(Dance Magazine)의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콜린 워너가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중력을 거슬러 천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발레 무용수에게 과체중은 적으로 통한다. 이런 상식을 깨부순 이가 있으니, ‘플러스 사이즈 발레리나’인 콜린 워너(24)다. 통통함을 죄악시하는 현 발레계에서 워너는 이단아에 가깝다. 정확한 체중은 프라이버시이지만 사진을 보면 전형적 발레 무용수와는 다르다.

콜린 워너 인스타그램 계정엔 다양한 무대 사진이 올라와있다. [Colleen Werner Instagram]

콜린 워너 인스타그램 계정엔 다양한 무대 사진이 올라와있다. [Colleen Werner Instagram]

그러나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발레 무용수의 신체적 다양성을 테마로 고군분투하는 워너를 세계 무용 전문지 댄스매거진이 지난 3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포앵트슈즈(일명 ‘토슈즈’) 유명 브랜드인 게이놀 민든(Gaynor Minden)도 그를 올해 브랜드 홍보대사격인 ‘게이놀 걸’로 지목했다. 플러스 사이즈, 즉 과체중 발레 무용수 중에선 최초다.

콜린 워너의 토슈즈 기본 연습 동작. 그의 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 추출했다. 발의 턴아웃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Colleen Werner Instagram]

콜린 워너의 토슈즈 기본 연습 동작. 그의 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 추출했다. 발의 턴아웃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Colleen Werner Instagram]

워너가 처음부터 과체중이었던 건 아니다. 그가 발레를 처음 접한 건 세 살 때였다.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되리란 꿈을 꿨지만 현실은 우아하지 못했다. 10대는 악몽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깡말라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거식증을 겪다 19세에 섭식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댄스매거진에 “8살 때부터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10살 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며 “춤은 불안과 우울을 떨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획일화된 신체 기준 때문에 반대로 해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2017년 인터뷰에선 “계속 굶다가 머리가 핑 돌면서 졸도한 적도 여러 번”이라며 “다이어트 강박 때문에 살은 빠졌지만 마음은 행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몸과 함께 마음도 메마른 셈이다.

그러다 2017년, 상담을 받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됐다. 그해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몸을 긍정적으로,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며 관련 해시태그를 붙이며 ‘신체 다양성’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고, 호응을 얻었다. 그는 “신체 사이즈는 커졌지만 지금 나는 더 행복하다”라며 “내 몸은 내 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렇게 ‘신체 다양성’ 전도사가 됐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을 돌파하기도 했고, 섭식장애를 겪는 무용수 꿈나무 및 현역 등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게이놀 민든뿐 아니라 다양한 댄스웨어 브랜드에서도 그의 컨설팅을 받아 사이즈 스펙트럼을 넓혀 제품을 출시 중이다.

혹 과체중 발레리나라고 비웃으시는 분들 있다면, 이 동작 하실 수 있으신지. [Colleen Werner Instagram]

혹 과체중 발레리나라고 비웃으시는 분들 있다면, 이 동작 하실 수 있으신지. [Colleen Werner Instagram]

대가는 치러야 했다. 워런 자신은 자기의 몸을 받아들였지만, 무용계는 그렇지 못했다. 설 수 있는 무대는 줄었다. 그는 대신 대학에서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했고 무용수 전문 상담사 자격도 갖췄다. 무대엔 계속 선다. 그는 미국 뉴잉글랜드 발레단의 무용수인 브라이언 심스가 창단한 블랙쉽 발레단 소속 무용수다. 댄스매거진은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 재능을 펼칠 곳을 찾지 못한 무용수들을 위한 발레단”이라고 소개했다. ‘블랙쉽’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 집단에서 튀는 존재를 의미한다.

발레리나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발등 아치(일명 '고') 곡선은 연습의 결과물이다. [Colleen Werner Instagram]

발레리나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발등 아치(일명 '고') 곡선은 연습의 결과물이다. [Colleen Werner Instagram]

발레 무용수로서 전통적인 의미의 ‘백조의 호수’ 등 전막 공연과 남자 무용수가 들어올리는 리프트 동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워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토슈즈 동작을 보면 손색이 없다. 발레 무용수의 기본기인 턴아웃(뒤꿈치를 서로 붙이고 일자가 되도록 서는 것)이며, 풀업(갈비뼈는 닫고 어깨는 내리며 몸을 최대한 꼿꼿이 하는 상태)도 정확하며, 그랑 바뜨망(다리를 힘껏 차는 동작)도 시원스럽다.

그는 “유명한 발레단에 뽑혀 전문 발레리나가 되지 못한다면 내 인생은 실패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며 “하지만 내가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댄스매거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춤을 사랑하지만, 춤이 나의 전부는 아니에요. 세상에서 말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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