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의 ‘건강하게 아라베스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의 '건강하게 아라베스크' [사진 나선영 발레스튜디오]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의 '건강하게 아라베스크' [사진 나선영 발레스튜디오]

안녕하세요, 전수진 기자입니다. 6년째 발레를 배우고 있습니다.

1화) 김연아 선수가 "발을 잘라버리고 싶어요"라고 한 이유는?

원래 했냐고요? 아니요. 발레는 ‘보는’ 거지,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2011년까지는요.

잘 하냐고요? 아닙니다. 순수한 일반인 취미발레를, 꾸준히, 즐겁게 할뿐입니다.

왜 하냐고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거든요. 차이코프스키 선율에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 그게 바로 발레입니다. 이런 운동이 은하계에 또 있을까요. 외교안보 분야를 다루는 저이지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실험을 해도, 1주일에 3번은 꼭 발레 학원에 가서 몸을 풉니다. 땀을 흘리고 나면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껴집니다.

기자가 직접 신는 발레 슈즈들이다. 프로가 아닌 일반인은 천으로 된 일명 '캔버스 슈즈'를 신는다. [사진 전수진 기자]

기자가 직접 신는 발레 슈즈들이다. 프로가 아닌 일반인은 천으로 된 일명 '캔버스 슈즈'를 신는다. [사진 전수진 기자]

뭐가 좋아졌나고요?
우선, 다이어트. 발레만으로 9㎏를 감량했습니다. 요요?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발레를 하면서 키도 1cm 컸습니다. 고질적 허리 통증도 사라졌고, 피부도 좋아지고, 자세도 교정했습니다. “어머, 동안이시네요”란 얘기는 이젠 뭐, 지겹습니다, 훗^-^

이곳은 제가 체험한 발레의 아름다움과 발레의 유구한 역사 속 스토리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발레만 얘기할 건 아닙니다. 발레의 사촌인 피겨스케이팅 얘기도 등장할 예정이고요. 지극히 사적이고 대단히 편파적인 이야기이지만, 편한 문체로 소근소근 얘기하듯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한, 최대한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합니다. 때로는 영어도 함께 병기할 예정이니,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코리아중앙데일리(뉴욕타임스 파트너사)에서 8년, 중앙일보에서 9년째 일해오고 있는 기자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네, 제일 위의 사진은 저 맞습니다. 제가 다니는 홍대 나선영발레스튜디오에서 지난 2014년 올렸던 공연에 출연한 모습입니다. 저도 나름의 인권은 있으니 얼굴은 일부만 보여드립니다. 시리즈를 계속 할 수 있게만 된다면, 감량 전의 제 모습도 before & after로 공개하겠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우아하게, 아라베스크 하러 가실까요. 첫 번째로는 ‘얼음 위의 발레’라고 불리우는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 선수와의 짤막한 일화입니다.

(1화) 얼음 위의 발레, 피겨 스케이팅

“대관식은 끝났습니다. 여왕 폐하 만만세!”

김연아 선수가 지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프리 부문 연기를 끝냈을 때, BBC 해설자는 이렇게 외쳤다. 원문으로는 “The coronation is complete. Long live the Queen!”

4년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서야했던 러시아 소치올림픽. 이를 앞두고 한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이런 영상을 만들었다. 국립발레단의 스타 발레리나인 이은원씨(현재는 미국 워싱턴 발레단 소속)가 등장해 “지상에서도 이렇게 턴을 도는 게 힘든데, 얼음 위에서 하다니 김연아 선수는 참 대단하다”는 요지로 말하는 영상이다. 이은원씨가 예의 가녀리면서도 강인한 선으로 그랑주떼(양 다리를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한 뒤 점프하는 고난이도 동작)을 하는 장면에선 “나(이은원)는 알아요. 완벽함을 위한 당신(김연아)의 희생을”이라는 자막이 붙었다. 최고의 자막이다.

포토그래퍼 Baki의 Body Inspiraion, 'motion'.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 그것은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낸다.  [모델=발레리나 이은원]

포토그래퍼 Baki의 Body Inspiraion, 'motion'.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 그것은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낸다. [모델=발레리나 이은원]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고된 직업이다. “연습을 하루 쉬면 내 몸이 알고, 이틀 쉬면 선생님이 아시고, 사흘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프로 발레 예술가들은 하루도 연습을 쉬지 않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은퇴한 이후에도 매일 바(barre) 연습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내야 하기에 그만큼 정직한 예술은 없다고들 한다. 그런 생활이 몸에 익으면 연습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김연아 선수 역시 발레리나가 됐으면 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널리 알렸을 터다. 김연아 선수 본인도 발레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발레 대표작 ‘백조의 호수’를 모티브로 포즈를 취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발레 포즈 취한 김연아 [김연아 페이스북]

발레 포즈 취한 김연아 [김연아 페이스북]

그런 김연아 선수가 지난 2011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전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합류하면서 그를 가까이에서 취재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해 4월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IOC위원들 대상으로 열린 비공개 프레젠테이션 이후 리셉션 장에서도 김연아 선수는 밝게 웃고 있었다. 거의 10cm에 가까운 킬힐을 신고 있는 김 선수에게 인사 치레로 물었다.

지난 2011년 스위스 IOC 회의에서 만난 김연아.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뒤 각국 기자단 및 IOC 관계자들과 담소 중이다. [사진 저작권 전수진 기자/복사 및 재사용 불허] 

지난 2011년 스위스 IOC 회의에서 만난 김연아.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뒤 각국 기자단 및 IOC 관계자들과 담소 중이다. [사진 저작권 전수진 기자/복사 및 재사용 불허]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오래 서있었는데, 다리가 많이 아팠겠어요.“

그랬더니 김연아 선수, 아니 대인배 ‘김슨생’의 답은 이랬다.

”아휴 그러게 말예요. 발을 그냥 잘라버리고 싶었다니까요.”

김 선수의 소치올림픽 활약을 응원하는 우리로서는 “어...음...”이런 반응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김 선수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냥 그 정도로 아팠다고요. 괜찮아요 이제.”

얼음 위의 발레리나였던 김 선수, 그의 밴쿠버 영상은 힘들 때마다 돌려보는 ‘즐겨찾기’ 리스트 톱 5 중 단연 1위다. 그가 그 순간을 위해 흘렸을 땀과 눈물을 위해, 늦었지만 지금에서라도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ballerina1writer@g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