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꺼리던 4050도 가세" 올해 첫 300만 돌파한 '모가디슈'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13:21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촬영 현장.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맨오른쪽부터 배우 허준호가 연기한 북한의 림용수 대사, 김윤석이 맡은 남한의 한신성 대사 모습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촬영 현장.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가 모티브다. 맨오른쪽부터 배우 허준호가 연기한 북한의 림용수 대사, 김윤석이 맡은 남한의 한신성 대사 모습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액션 대작 ‘모가디슈’가 올해 극장가 첫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 영화가 개봉 33일만인 29일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신파 걷어낸 류승완표 실화 액션
거리두기 4단계 속 장기흥행 성공
코로나 셧다운 직전 해외 올로케
"76회차 촬영, 美프로듀서 놀랐죠"
코믹 재난 '싱크홀' 납치 스릴러'인질'등
한국영화 나란히 극장가 이끌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2월 이후 개봉 성적으론 지난해 여름 각각 435만, 381만 관객이 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반도’에 이어 3위다. ‘모가디슈’의 총제작비는 이 중 가장 많은 255억원. 개봉에 앞서 지난달 12일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개봉 직후부터 관객들의 입소문 덕에 흥행에 불이 붙었다.

'모가디슈' 극장 발길 끊은 4050 불러냈다  

최다 스크린 수는 1688개. 올해 앞서 스크린 2000개 이상씩을 독점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블랙 위도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코믹 재난영화 ‘싱크홀’, 황정민 납치 스릴러 ‘인질’ 등 차례로 개봉한 다른 한국영화와 박스오피스를 나란히 견인하며 장기 흥행을 이뤄냈다.
롯데컬처웍스 정경재 영화사업부문장은 “코로나 이후 2030 관객들만 꾸준히 영화관을 찾았는데 ‘모가디슈’는 관객층이 4050까지 확장되며 영화관에 오지 않던 관객층을 끌어들인 것이 흥행의 한 축이 된 것 같다”면서 “제일 큰 수확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25‧26일 롯데와 제작사 외유내강‧덱스터스튜디오에 흥행 뒷이야기를 들었다.

강혜정 대표 "극장 기피 문화 걱정됐죠"

“거리 두기 4단계가 이렇게 오래 지속할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개봉 못 했죠. 권투한다고 링에 올랐는데, 여기가 UFC(미국 이종격투기 대회)였죠. 주먹질만 연습했는데 사지를 다 써야 했죠.”
남편 류승완 감독과 외유내강을 이끄는 강혜정 대표는 고충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거리 두기 강화로 영화관 상영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된 데 따른 박스오피스 손실률을 30% 정도로 추정했다. ‘모가디슈’는 올림픽 중계와도 경쟁해야 했다.

영화 '모가디슈' 모로코 로케이션 현장 비하인드 스틸. 카메라 앞에서 배우 구교환이 북한 대사관 태준기 참사관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모로코 로케이션 현장 비하인드 스틸. 카메라 앞에서 배우 구교환이 북한 대사관 태준기 참사관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코로나 때문에 극장을 기피하는 문화가 오래되고 있다는 게 제작자 입장에서 걱정됐다”고 개봉 이유를 밝혔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실화가 토대다. 김윤석‧조인성 등이 주연을 맡아 한국영화 최초 모로코 100% 로케이션 촬영으로 대규모 자동차‧총격 액션 장면을 펼쳐냈다.
외유내강은 또다른 제작 영화 '인질'도 개봉 11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겨 흥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질’은 투자‧배급사 NEW가 ‘올여름 텐트폴 영화’로 자신해 개봉을 준비해온 터. 강 대표는 오히려 ‘모가디슈’는 “코로나 때 200억짜리를 어떻게 개봉할지 확신이 없었”단다. “‘분노의 질주’가 5월 개봉 첫날 40만이 들어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진 차에 롯데에서 이 영화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 용기가 됐다”고 했다.

롯데 "'모가디슈' 장기상영 자신했죠"

영화 '모가디슈' 모로코 로케이션 현장 비하인드. 대사관을 강탈당한 북한 대사 일행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남한 대사관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모로코 로케이션 현장 비하인드. 대사관을 강탈당한 북한 대사 일행이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남한 대사관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정 영화사업부문장은 "타깃도 넓고 영화관에서 보는 즐거움을 되찾아줄 영화로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보고 나면 입소문과 N차 관람이 이어지지 않을까 해서 처음부터 장기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짰다. 아이맥스, 돌비 애트모스, 스크린X, 4D 등 특수관 전 포맷에 대한 배급 및 개봉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극장가가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인 ‘모가디슈’ ‘싱크홀’에 영화관 티켓매출을 총제작비 50% 회수 때까지 전액 배급사에 주겠다며 흥행부담을 나눠진 덕에 개봉에 탄력이 붙었다. 정 부문장은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을 때도 “영화관에서 추가 확진 발생 사례가 없고 방역 수준이 높아 좋은 영화는 관객이 찾으리란 믿음으로 개봉을 결정했다”고 돌이켰다.

김용화, 류승완에 '모가디슈' 제안 이유 

'모가디슈' 후반부 자동차 추격전. 반군과 정부군이 맞선 내전 포화 속에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방탄을 위해 헌책과 모래주머니를 매단 자동차를 타고 목숨 건 탈출에 뛰어든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 후반부 자동차 추격전. 반군과 정부군이 맞선 내전 포화 속에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방탄을 위해 헌책과 모래주머니를 매단 자동차를 타고 목숨 건 탈출에 뛰어든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원래 김용화 감독이 직접 연출하려고 2013년부터 덱스터스튜디오에서 기획·개발해온 작품이다(김 감독은 지난해 덱스터에서 독립해 제작사 블라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그러다 ‘신과함께’에 뛰어들게 되면서 류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덱스터 강종익 대표는 "류승완 감독은 여러 소재 상업영화를 연출해왔고 영화 ‘베를린’(2013)을 통해 남북 이야기와 인물을 다뤄본 경험이 있어 최적의 연출자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실제 사건이 굉장히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알고 수소문했을 때 이미 덱스터가 기획·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접었는데, 우연찮게 김용화 감독이 저희 외유내강에 시나리오를 주셨다”면서 “원래 시나리오는 휴머니즘 세계의 묘사가 많았는데 류 감독이 장기인 스펙터클 쪽으로 가져가도 괜찮으냐고 했을 때, 김용화 감독이 마음껏 구상해보라고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욕심내서 달려들었다. 덱스터가 후반 작업을 비롯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엄청나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총기·촬영장비…화물 규모 최대 5배

영화 '모가디슈'에서 아프리카 모로코에 지은 촬영세트. 90년대 소말리아 재현을 위해 촬영지 반경 1km 건축물을 모두 당시 소말리아 건축양식 맞춰 새롭게 작업했다. 원형 기둥 모스크(이슬람교 회당)은 물론 이탈리아 식민 지배 영향으로 인한 유럽식 건축양식 혼재돼있던 소말리아 건축물을 모두 표현했다. 실제 소말리아에서 생활했던 관계자까지 “실제 소말리아와 굉장히 흡사하다” 전했다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에서 아프리카 모로코에 지은 촬영세트. 90년대 소말리아 재현을 위해 촬영지 반경 1km 건축물을 모두 당시 소말리아 건축양식 맞춰 새롭게 작업했다. 원형 기둥 모스크(이슬람교 회당)은 물론 이탈리아 식민 지배 영향으로 인한 유럽식 건축양식 혼재돼있던 소말리아 건축물을 모두 표현했다. 실제 소말리아에서 생활했던 관계자까지 “실제 소말리아와 굉장히 흡사하다” 전했다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소말리아는 여전히 내전인 탓에 여행금지국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소말리아의 30년 전 모습을 모로코라는 다른 나라에서 재현한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본 얼티메이텀’ ‘글래디에이터’ 등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한 로케이션 매니저 모하메드와 현지 프로덕션팀을 통해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강 대표는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한국 스태프들”이라며 “하루하루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의 싸움이었다. 특히 미술팀은 과거 자료들만 갖고 소말리아 당시 건축양식, 지형까지 재현했다”고 전했다. 제작팀 선발대는 ‘베를린’ 때보다 3배 빨리, 촬영 6개월 전 현지에 파견했다. 한국에서 직항이 없어 가장 빨리 도착해도 편도 30시간. 대규모 올로케이션 촬영이다 보니, 화물 운송만 통상적인 한국영화 촬영의 3~5배에 이르렀다. 식자재부터 특수소품, 대사관 세트 내 한국 가구, 촬영 장비 및 액션 장면을 위해 홍콩‧미국에서 공수한 총기‧화약‧뇌관과 스페인‧프랑스 등지에서 온 촬영용 차량 20여대 등이다. 현지 스태프 및 배우들의 국적‧언어가 달라 현장에선 한국어‧아랍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가 난무했다.

크랭크업 직전 코로나…'아시아 고 홈' 

강 대표는 “‘이게 돼?’라는 질문이 저 역시 있었다”고 했다. “촬영 10회차 남겨놓고 ‘코로나 바이러스’란 이름이 모로코까지 술렁이게 했죠. 현지인들이 위협적으로 ‘아시아 고 홈’ 하면서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다 찍고 2~3주 더 남아 뒤처리하던 제작팀 2명은 유럽이 한창 셧다운 할 때 귀국하느라 공항에 30시간 묶여있다 예상치 못한 경로로 들어왔죠. 피 말리는 시간이었어요.”

류승완 감독이 영화에서 첫손에 꼽는 소말리아 대규모 시위 장면이다. 리얼한 상황연출을 위해 촬영 1년전부터 아프리카 대륙 각지 현지 배우를 섭외, 현지에 연 액션스쿨로 합을 맞춰가며 철저히 사전 준비했다. 실제 공터를 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촬영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이 영화에서 첫손에 꼽는 소말리아 대규모 시위 장면이다. 리얼한 상황연출을 위해 촬영 1년전부터 아프리카 대륙 각지 현지 배우를 섭외, 현지에 연 액션스쿨로 합을 맞춰가며 철저히 사전 준비했다. 실제 공터를 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촬영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어떻게 관객과 통했을까. 강 대표는 “남북 소재에 예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반응하시는 것 같다. 영화 소재로 생각하기보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다”면서 “당시 사건의 실제 인물들을 담담하게 바라본 부분이 오히려 현실감 있다는 호응을 받았다”고 했다. 또 “관객을 끌어다 몰입시킨 올로케이션 촬영”을 꼽았다. “할리우드 프로듀서에게 편집본을 보여줬더니 이걸 어떻게 76회차에 찍었느냐더군요. 할리우드라면 기본 1000억원 이상인데 우리는 마케팅까지 총제작비 250억 원대라고 하니 '믿을 수 없다'고 했죠. ‘모가디슈’는 한국 스태프들이 전 세계 어떤 스태프와 견줘도 손색없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역량을 입증했죠.”

"76회 만에 촬영…할리우드 프로듀서 놀라더군요"

영화 '모가디슈' 모로코 로케이션 현장 비하인드 스틸. 조인성은 한국 대사관을 관리 겸 지원하고자 파견된 안기부 출신의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으로 변신했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모로코 로케이션 현장 비하인드 스틸. 조인성은 한국 대사관을 관리 겸 지원하고자 파견된 안기부 출신의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으로 변신했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에 이어 개봉한 '싱크홀'과 '인질'도 흥행하면서 28일까지 올 여름(6~8월) 극장 관객 수는 지난해 동기간보다 97만여명 많은 1929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정경재 영화사업부문장은 “여러 작품이 경쟁하고 상생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극장도 정상화에 가까워진다고 본다”면서 “‘모가디슈’가 앞으로 개봉하는 한국영화에 관심이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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