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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아신전' 최대 수혜자…탈영병 잡는 괴짜 구교환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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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여름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OTT) 모두 신작을 선보인 배우 구교환. 왼쪽부터 북한 참사관 역을 맡은 영화 '모가디슈', 그리고 북방의 잔혹한 부족장을 연기한 넷플릭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 캐릭터 포스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올여름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OTT) 모두 신작을 선보인 배우 구교환. 왼쪽부터 북한 참사관 역을 맡은 영화 '모가디슈', 그리고 북방의 잔혹한 부족장을 연기한 넷플릭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 캐릭터 포스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두 번의 여름을 지나는 사이 ‘600만 관객의 사나이’가 됐다. 지난해 좀비 액션 영화 ‘반도’(2020)에서 광기어린 ‘서 대위’로 381만 관객에게 눈도장 찍은 배우 구교환이 지난달 28일 개봉한 남북한 실화 대작 ‘모가디슈’(7월 28일 개봉)로 300만 흥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과격함과 예민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악역이 화제가 되며 “‘반도’ 최대 수혜자”로 꼽힌 그다. 당시 찬사는 ‘모가디슈’에서도 반복될 만하다. 까칠한 북한 참사관 태준기를 맡아 소말리아 내전의 총탄 속에 가장 장렬한 퇴장을 남겨서다. 올여름 포털사이트 영화인 검색 순위 10위권에 내내 머무른 이유다.

올여름 넷플릭스의 남자…'아신전' 'D.P.' 

올여름 ‘넷플릭스의 남자’도 그였다. 지난달 23일 넷플릭스 ‘킹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에서 그는 주연 전지현의 ‘아신’을 짓누르는 잔혹한 북방의 부족장 아이다간이 됐다. 불과 한 달 만인 오는 27일 공개되는 새 시리즈 ‘D.P.’에선 헌병대의 탈영병 잡는 체포조 D.P.반의 능글맞은 괴짜 한호열 상병으로 180도 변신했다.
어디서 이런 혜성 같은 신인이, 하고 감탄하기에 그는 이미 독립영화계에선 잔뼈 굵은 배우이자 감독이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해 윤성현 감독(‘파수꾼’) 단편 ‘아이들’(2008)로 배우 데뷔했다. 감독작으로 처음 주목받은 단편은 ‘거북이들’(2011). 어느 날 몸에서 거북이가 나온 남자가 한의원에 간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으로 정동진영화제 땡그랑동전상(관객상)을 받았다.

똥 대신 거북이 눈 남자? 괴짜 독립영화 스타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4) [사진 2X9HD]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4) [사진 2X9HD]

단편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6). 구교환(오른쪽)은 이탈리아 유학을 실패하고 돌아온 선배(조성환)를 마중나온 영화학도 교환을 연기했다. [사진 2X9HD]

단편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6). 구교환(오른쪽)은 이탈리아 유학을 실패하고 돌아온 선배(조성환)를 마중나온 영화학도 교환을 연기했다. [사진 2X9HD]

이옥섭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메기'. 구교환은 이 감독과 공동 각본에 더해, 프로듀서, 주연을 겸했다. [사진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이옥섭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메기'. 구교환은 이 감독과 공동 각본에 더해, 프로듀서, 주연을 겸했다. [사진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각본‧연출‧주연을 맡아 독립영화 감독들의 열정이 현실에 짓눌려가는 상황을 웃프게 그려낸 단편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4)로는 신인감독 등용문 미쟝센독립영화제의 희극지왕(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안았다. 오랜 동료이자 연인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을 겸한 단편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6)에선 영화를 포기하려던 순간 꿈에 그리던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연출부가 된 영화학도 청년을 연기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을 받았다(불과 5년만인 올해 그가 류 감독의 ‘모가디슈’를 통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고 소감을 밝힌 이유다).
그와 이 감독의 독특한 상상이 돋보이는 단편들은 두 사람의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https://www.youtube.com/c/2x9HD/featured)에서 지금도 볼 수 있다.
구교환은 배우로선 트랜스젠더(‘꿈의 제인’)부터 키보드 전사(‘우리 손자 베스트’)까지 독립 장편에서 대체불가능한 주연역량을 입증하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따뜻·황홀" 극찬…트랜스젠더 연기한 '꿈의 제인'  

특히 트랜스젠더바에서 노래를 하며 가출청소년들을 거둬 먹였던 ‘꿈의 제인’의 주인공 제인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에 이어 백상예술대상‧부일영화상‧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신인상을 휩쓸며 이 시기 독립영화의 가장 인상깊은 연기로 남았다.

'꿈의 제인' 구교환. [사진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꿈의 제인' 구교환. [사진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 드문 있을까, 말까” “이런 개 같이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거야”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어쩌다 한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신기루 같은 행복이 어른대는 대체로 어두운 영화에서 제인의 말은 구교환의 독특한 음색에 실려 시(詩)처럼 노래처럼 다가왔다. 부산영화제 배우상 심사를 맡은 배우 김의성은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황홀하게 연기해주었고, 말하는 것보다 듣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느끼게 해주었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일베' 닮은꼴 백수부터 가난한 연극청년까지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 구교환은 '일베' 닮은꼴 커뮤니티에서 키보드 전사로 활약하는 주인공을 맡아 배우 동방우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 인디플러그]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 구교환은 '일베' 닮은꼴 커뮤니티에서 키보드 전사로 활약하는 주인공을 맡아 배우 동방우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 인디플러그]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2016)에선 정치 편향 커뮤니티 ‘너나나나베스트’의 맹렬한 백수 회원 교환 역을 맡아 70대 어버이별동대장 정수(동방우)와 ‘헬조선’ 갈아엎기에 뛰어드는 신랄한 블랙코미디를 펼쳐 춘사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날카로운 풍자 감각으로 번뜩이던 그의 눈빛이 한없이 쓸쓸해진 작품도 있다. KBS2 드라마 스페셜 ‘아득히 먼 춤’(2016)에서 누구에게든 닿기를 희망하며 닳도록 마음의 춤을 춘 가난한 연극청년 신파랑이 되어 긴 여운을 남겼다. 이옥섭 감독과 공동 각본을 겸한 미스터리 코미디 ‘메기’(2019)에선 여자친구 윤영(이주영)에게 쩔쩔 매는가 싶다가도 어딘가 믿을 수 없는 백수 ‘성원’을 능청스레 소화했다.

한준희 "'D.P.' 구교환의 보여준 적 없는 얼굴 있죠" 

(왼쪽부터) 구교환, 정해인이 주연한 김보통 작가의 웹툰 토대 넷플릭스 드라마 'D.P.'. 헌병대의 탈영병 체포조 'D.P.'반을 중심으로 쫓는 군인들과 쫓기는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김 작가와 공동 각본을 겸해 연출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왼쪽부터) 구교환, 정해인이 주연한 김보통 작가의 웹툰 토대 넷플릭스 드라마 'D.P.'. 헌병대의 탈영병 체포조 'D.P.'반을 중심으로 쫓는 군인들과 쫓기는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김 작가와 공동 각본을 겸해 연출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상업작품으론 ‘D.P.’가 사실상 첫 주역이다. D.P.반의 이등병 안준호 역 정해인과 짝패 활약에 나섰다.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에 이어 ‘D.P.’로 첫 시리즈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동료 감독으로 먼저 만난 구교환을 배우로서 눈독들여왔다고 본지에 말했다. “(그간 상업작품에서) 신스틸러도 좋지만 구교환이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첫 주역을 내가 하고 싶었다”면서다. 누적 조회수1000만뷰를 기록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 토대인 이 드라마에서 구교환이 연기한 한호열 상병은 원작에선 없던 캐릭터. 김보통 작가와 공동 각본을 겸한 한 감독은 “캐스팅 후 김보통 작가와 구교환 배우 말투에 맞춰서 대사를 다 바꿨다. 구교환의 유튜브까지 다시 봤다”면서 ‘D.P.’의 한호열에게서 “구교환의 단맛, 쓴맛을 다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동안 본 적 없는 구교환의 얼굴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면서다.
“호열은 준호(정해인)와 함께 원투펀치를 날리는 인물이죠. (유머러스하지만) 본인은 유머를 구사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죠.” 25일 화상 간담회에서 구교환의 캐릭터 설명도 궁금증을 더한다.

연상호 각본 호러 '괴이'서 오컬트 좇는 고고학자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 관객을 만나는 ‘D.P.’에 이어 구교환은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감독 장건재)에서도 주연을 맡는다.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그것’의 저주에 현혹된 사람들과 괴이한 사건에 관한 이 공포물에서 그는 오컬트 채널 ‘월간 괴담’을 운영하는 괴짜 고고학자 정기훈을 맡아 전 부인 이수진 역 신현빈(‘슬기로운 의사생활’)과 호흡을 맞춘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에서 631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 서대위 역을 맡은 구교환. 반도를 탈출하기 위해 무섭게 직진하는 인물이다. [사진 NEW]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에서 631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 서대위 역을 맡은 구교환. 반도를 탈출하기 위해 무섭게 직진하는 인물이다. [사진 NEW]

“앞으로도 계속 연기할 수 있다고 혼자 오해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저도 좋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3년 전 ‘꿈의 제인’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수상 무대에 오른 그의 소감이었다. 오해는 오해가 아니었고, 우리는 좋은 배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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