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장만한 집이 500m 추락…‘싱크홀’ 150만 돌파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0:03

업데이트 2021.08.2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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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 ‘싱크홀’은 서울의 신축 빌라가 싱크홀로 떨어진 재난 상황 속 탈출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왼쪽부터) 배우 이광수·차승원·김성균·김혜준이 소시민 주인공들을 연기했다. [사진 쇼박스]

영화 ‘싱크홀’은 서울의 신축 빌라가 싱크홀로 떨어진 재난 상황 속 탈출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왼쪽부터) 배우 이광수·차승원·김성균·김혜준이 소시민 주인공들을 연기했다. [사진 쇼박스]

코로나 시름 잊게 하는 소소한 웃음
차승원표 소시민 코미디에 공감
재난상황 묘사, CG엔 평가 엇갈려

11년 만에 마련한 우리 집이 하루아침에 싱크홀로 추락한 ‘웃픈’ 상황이 150만 관객과 통했다. 차승원표 코믹 재난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이 올해 한국영화 두 번째로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싱크홀’은 개봉 11일만인 21일(토) 전국 13만 관객을 추가하며 누적 관객 152만을 기록했다.

류승완 감독의 액션 대작 ‘모가디슈’가 지난달 28일 개봉해 11일째 150만 관객을 넘은 데 이어서다. 지난 21일까지 269만 관객을 동원한 ‘모가디슈’가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 이어 2위가 ‘싱크홀’이다.

특히 ‘싱크홀’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2월 이후 무겁고 진지한 소재가 주를 이룬 극장가에서 소소한 웃음으로 차별화했다. ‘가족들과 휴가 대신 싱캉스(싱크홀+바캉스)’ 등 홍보문구로 가벼운 오락영화임을 내세워 개봉 첫 주말인 14일 25만, 15일 27만 등 이틀 연속 올해 한국영화 최다 일일 관객 수를 경신했다.

1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주연 배우 차승원(51)은 “제가 SNS를 잘 안 하는데 어떤 부모님이 ‘자녀들 데려가서 봤어요. 울다 웃다 했어요’라며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 올린 게 기억에 남았다”며 “재난과 코미디의 융합이 어떻게 펼쳐질까, 그것 때문에 선택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애환을 건드리되 상황이 주는 웃음에 보다 집중했다. 영화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 웃기다가 울리는 차승원표 소시민 코미디도 묻어난다. 차승원이 연기한 만수는 아내 없이 헬스장·사진관·대리운전 등 ‘쓰리잡’을 뛰며 10대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잔정 많은 아버지. 그를 비롯해 ‘싱크홀’에서 지하 500m 구덩이로 곤두박질친 ‘청운빌라’ 주인공들 대다수가 소시민이다.

‘서울 시내 내 집 마련’ 목표를 직장생활 11년 만에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은 건물 곳곳의 균열과 기울어짐을 감지하지만, 하자가 알려지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입주자들 주장에 침묵을 지키다 싱크홀로 떨어진다. 아파트를 가진 자가 사내 연애의 승자가 되고 여러 명이 간 집들이에서도 운 좋게 재난까지 피해 가는 영화 속 설정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아파트 투자가 뜨거운 요즘 시대를 빗댄 듯하다.

반면, 싱크홀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컴퓨터그래픽(CG) 효과는 아쉬운 편. 싱크홀 깊이가 500m로 설정된 것도 추상적인 이유였다. ‘7광구’ ‘타워’ 등 재난영화를 잇달아 연출해온 김지훈 감독은 “리딩하다 배우분들과 자연스레 말이 나왔다”면서 “인간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의 깊이, 까마득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시사 후 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재난 극복 과정도 우연과 초인적인 활약이 어우러진 판타지에 가깝다.

2년 전 942만 흥행을 거둔 ‘엑시트’가 돈 없고 빽 없는 20대 청춘들의 유독가스 탈출기에 암벽등반 기술, 구조신호 등을 실감 나게 버무려 호평받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차승원 코믹 연기 대가”(메가박스 예매 관객) “우리가 사는 이 땅이 현재 재난형(?)이라 그런지 공감하며 함께 슬프고 함께 웃고 왔다”(네이버 예매관객) 등 전 연령층이 즐길 팝콘 영화란 호응도 있었지만, “과학적 고증 1도 없는 영화”(네이버 예매 관객)라거나 “소방관은 걍 1등 관람객”(메가박스 예매관객)이라며 구조 활동을 허술하게 묘사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난 상황에서 웃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차승원은 “매번 많이 고민했다”면서 “위급한 상황을 진심을 다해 연기하지 않으면 앞의 (코믹한) 상황도 다 이상하게 되기 때문에 균형을 잘 조절하자 생각했다”고 되짚었다. “만약 또 (코믹 재난 영화를) 한다면 코미디는 조금 걷어내고 재난의 급박함, 위험함이 인물들한테 더 주어지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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