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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억’ 초고가 바이올린…화려한 음색의 비밀은 살충제?

중앙일보

입력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팰머스. 사진 서울옥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팰머스. 사진 서울옥션

경매에서 1590만 달러(약186억59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초고가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화려한 음색이 과거 이탈리아 제조업체에서 사용했던 벌레퇴치 약품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유명한 독일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300년 전 이탈리아의 주세페 과르네리가 만든 바이올린은 각종 화학물질 처리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생화학 명예교수인 조셉 네기배리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결과와 동일하다.

네기배리 교수는 1960년대부터 바이올린의 화학적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과거 이탈리아 악기에는 마치 스위스 치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구멍이 나 있었는데, 이는 당시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는 일이 매우 흔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네기배리 교수는 당시 바이올린 제작자기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바이올린에 화학 처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과르네리와 비슷한 시기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역시 명반, 붕사, 구리, 석회수, 아연 등을 사용해 화학처리 됐다. 알루미늄과 염화나트륨 성분 역시 바이올린에서 발견됐다.

한얼테마박물관 - 과르네리 델 제수 ( 이탈리아 ) . 세계적으로 300여 대 정도만 남아있는 최고 명품 바이올린. 중앙포토

한얼테마박물관 - 과르네리 델 제수 ( 이탈리아 ) . 세계적으로 300여 대 정도만 남아있는 최고 명품 바이올린. 중앙포토

네기배리는 이러한 화학 처리로 바이올린이 수백 년 동안 변함없이 아름다운 음색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화학처리에 사용된 물질 중 하나인 붕사가 목재 외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나무가 건조될 때 발생하는 균열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봤다. 그 덕에 200년 넘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붕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사용했던 방부제이다. 살충제 역할도 한다.

네기배리 교수는 “바이올린 제작자와 지역 약국 및 약사 간 협력으로 화학 물질 처리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마스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와 그 일가가 만든 바이올린을 일컫는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구호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선 경매에 출품된 바이올린 ‘레이디 블런트’가 1590만 달러(약 186억5900만원)에 낙찰돼 현존하는 바이올린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과르네리도 이탈리아의 과르네리 가문에서 만든 바이올린을 통칭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최고의 바이올린 중 하나로 꼽힌다. 화려한 연주 테크닉 덕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가 가장 아끼던 바이올린은 1743년 제작된 ‘캐논’이란 이름의 과르네리 바이올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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