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몸놀림·장단 우리 춤과 닮아|내 몽골 민속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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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몽골 하면 우선 우리와 같은 알타이민족이고 풍속과 관습에 비슷한 점이 많아 흥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공산국가라는 체제 때문에 몽골의 문화예술과 우리 문화예술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동체의 한마당>
이번 몽골 춤의 조사는 내 몽골과 외 몽골의 춤을 비교하면서 몽골 춤의 특징을 파악하고 나아가서는 우리 춤과 비교, 원형의 이질성과 공통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몽골의 대표식인 축제를「나다무」라 하는데 이 축제 때는 사격·씨름·말타기 등과 같은 경기와 가무가 벌어지고 물건교환을 하는 등 공동체적인 한마당이 된다고 한다. 몽골에는 옛날에 희극으로 엮어진 2인 대담의 잡극(할렌자)이 있었는데 지금은 소멸되었고 또한 가면무 극(허드그칭)도 있었으나 공산혁명 후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주로 시민들이 추어 온 민속춤(국민무용)과 샤먼 춤, 그리고 사원에서 승려들이 추는「참」이라는 종교의식무용이 남아 있는 정도다.
북경에서 서북쪽으로 l5시간 기차로 달리면 내 몽골의 수도 포두시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마이크로버스로 약 2시간 달리면 올 도스 지방에 이른다. 이곳 올 도스는 내 몽골에서 가장 몽골의 민속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어서 몽골 춤의 원형을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한 곳이다. 내몽골 민속춤의 채록에 도움을 준 사람은 고증 적인 측면에서는 우리일행을 안내한 보임 바트(보음파도)씨였다.
몽골에서는 춤을 말할 때「부지그」라 한다. 내몽골 올도스 지방에서 본 민속춤은「사흠부지그」「혼다그부지그」「아이그부지그」「흥그리그부지그」「아떼부지그」등이다.

<사흠부지그(젓가락 춤)>
풍년제나 명절 때, 그리고 결혼식과 같은 큰 잔치 때 음식을 먹는 젓가락 몇 개씩을 양손에 쥐고 어깨·팔꿈치·허리·무릎·발등 신체 각 부위를 리드미컬하게 조절하면서 제자리에 앉거나 뛰면서 돌기도 하고, 때로는 허리를 굽혀 펴는 등 즉흥적이며 정열적인 춤을 춘다. 그런데 이 춤에서 흥을 느끼는 것은 리드미컬한 젓가락 소리다. 우리네 목로주점에서 두드리는 젓가락 장단과 비슷했다.

<혼다 그부지그(술잔 춤)>
이 춤은「사흠부지그」처럼 풍년제나 명절, 그리고 결혼식에서 흔히 여흥으로 추는 춤이다. 마치 스페인의 플라멩코 춤에서 캐스터네츠를 가지고 추는 것처럼 작은 술잔 두개를 양손에 잡고 딱딱 소리나게 치면서 흥겹게 춤추고 노는 성적매력이 있는 춤이다.
남자도 추지만 여자가 추면 더욱 매력이 있는 춤이다. 이 춤의 반주음악은 2박자 형식의 빠른 장단이다.

<젓가락 장단 비슷>
춤동작이 정열적이고 활달하며 손놀림을 주로 하여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흥을 돋우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 그부지그 자빌 춤>
이 춤은 술 사발과 흰 수건으로 추는 이색적인 춤이다. 몽골의 풍속에는 귀한 손님이 오면 그 집의 아가씨들이 술을 권하게 되는데 이 때는 수건을 양손에 잡고 손바닥에 술 사발을 놓으며 이른바 권주가를 부르게 된다.
손님은 술을 마시기 전에 술 사발에 손을 넣어 술을 위로 밑으로 옆으로 뿌리고 마신다. 이렇게 하는 것은 천 신과 지신, 그리고 조상들에게 먼저 권하고 마신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나면 술 사발을 머리에 이고 수건 춤을 추는 것이다. 따라서「아이그부지그」는 귀한 손님을 환영한다는 뜻을 가진 춤이라 할 수 있다. 이 춤은 먼저 한 개의 사발을 가지고 수건 춤을 추다가 두개를 가지고 추게 되고 두개의 사발을 머리 위에 얹고 수건 춤을 한참동안 추다가 두개의 사발을 머리 위에 더 올려 네 개의 사발을 포개 놓고 제자리에서 돌거나 수건을 뿌리면서 발은 장단과 장단사이로 다양하게 움직여 이동하는 이른바 「엇박 춤」을 추게 되는 데 제자리에서 손과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이 계속된다.
이 춤은 여성들이 추는 전통적인 민속춤이다. 공연 때 추는 춤은 사발은 없애고 수건으로만 추게 되는데 보통 첫 프로에 서무로 추어진다. 수건은 흰색이나 청색 천을 사용하는데 춤의 동작이나 춤의 기능으로 볼 때 우리의 기방 춤에서 나온 살풀이춤(수건 춤)과 비슷하다.

<흥그 리그부지그(북춤)>
본래는 샤먼 춤이었으나 이것이 민속화 되어 지금은 남성들이 추는 민속춤이 된 것이다. 북춤은 북을 치면서 주로 도약동작을 많이 하며 우리나라 농악에서 볼 수 있는 자반 뛰기라든가 장구놀이의 빠른 몸놀림인 연 풍여와 같은 동작도 있어 우리농악을 방불케 한다. 이 춤은 몽골의 예술무용으로도 많은 발전하고 있는 춤이다.

<아떼 부지그 (단무)>
우리의 서낭당과 같은 오보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풍년을 기원하거나 조상에 제사를 지내고 뒤풀이로 술을 마신 다음 오보주변을 돌면서 추는 춤이다. 이렇게 원무 하는 까닭은 신령을 하늘에서 내리게 하고자 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기들의 행복과 가축의 증식이나 병마퇴치를 기원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제사 뒤 뒤풀이로>
이러한 남녀혼성 집단무용은 빨간 수건을 각각 두 개씩 손에 들고 하늘로 뿌리는 동작을 하면서 추고 있는데 이는 모든 액을 물리치는 행위라 할 수 있고 수건을 잡고 원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공동체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겠다.
따라서 이 춤은 축제적인 오락무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축귀적기능과 공동체적인 기능도 가진 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춤에서 주목되는 것은 빨간 수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보름날 동제를 지낼 때 빨간 흙이나 팥을 뿌리 신성한 곳에 잡 쥐가 침입 못하게 했고 호남지방의 여성제의(디딜방아 제나 도깨비 굿 등)에서 여성들의 생리에서 나온 피묻은 속옷을 방아에 뒤집어 씌워 놓거나 막대기에 걸어 놓고 재앙의 침범을 막는 의식이 있다.
또한 이 춤이 우리 춤처럼 팔 동작에 있어서 어깨춤이 많고 우리 춤의 기본 동작처럼 몸 앞뒤로 팔을 감았다 옆으로 폈다 하는 동작이 많다는 점과 강강술래처럼 빨간 수건을 잡고 원무 하는 것도 우리 민속춤과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내 몽골의 민속춤에는 우리 장구춤과 그 모습이 똑같은 장구춤이 있었다는 것과 이번 조사에서는 실연을 보진 못했지만 자료 등을 통해 각종 동물모방 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정병호 교수(중앙대·민속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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