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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대응 무력한 정치권/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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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5일 있었던 민자당의 우루과이라운드(UR) 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한승수의원)에서는 최근 UR관계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상공장관 등 관리들이 체험한 생생한 현지분위기 설명이 있었다.
UR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국내의 상당한 흐름이나 여야정치권의 대응부재 상태와는 전혀 다른 뜨거운 「협상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거기엔 정부와 의회,이익단체들이 합세해 총력전을 벌이더라는게 그들의 전언이다.
이날 상공장관ㆍ기획원 대외조정실장ㆍ특허청장 등이 전한 밴쿠버(캐나다)ㆍ워싱턴(미국)ㆍ제네바(스위스)의 분위기는 험악하기까지 했다.
미국ㆍ캐나다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와 싱가포르 등 ASEAN 6개국과 한국등 12개국이 참석한 밴쿠버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통상장관회의는 UR협상 주도적인 미국의 섬유 및 무역규범 분야에서 스스로 양보방침을 천명하면서 ASEAN 국가들과 합세해 한국ㆍ일본에 대해 농산물분야의 개방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집요한 작전을 펼쳤다고 한다.
한일합작 노력으로 겨우 「비교역적요소」를 인정시킴으로써 쌀ㆍ보리 등 전략농산물에 대한 예외허용의 길을 트긴 했으나 UR 본회담에서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박필수상공장관이 밝혔다.
워싱턴의 상황은 사뭇 위협적이었던 것 같다.
한미경제회의에는 부시대통령의 경제담당보좌관,상하원 합동경제위원장,솔로몬 아­태 담당차관보 등 행정ㆍ의회실력자들이 한목소리로 『UR문제가 잘 안되면 한미간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협박투의 공격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의회가 초당적으로 행정부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인데 내년 2월까지 행정부가 그들의 의중대로 UR타결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의회가 직접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행정부쪽에서는 우리측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네바ㆍ브뤼셀 등 회의장소에 국회의원ㆍ농수산관계자ㆍ종교지도자ㆍ농민대표들이 직접 건너가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외로운 투쟁」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민자당의원들은 『UR협상을 저지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국회의 지원요청엔 『지금 정치상황에서 「의원단」파견이 가능하겠느냐』고 무력하게 한숨만 지었다.
민자당은 자기 당내 세미나에서나 고함치고 있고,전면 반대투쟁을 벌이겠다는 평민당등 야당은 UR가 전적으로 정부의 잘못인양 장외집회를 통해 농민을 부추기고 있다. 이래놓고도 UR협상이 한국농민에게 불리하게 타결되면 정치권은 이를 정부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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