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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 지자체 협력으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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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하남시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 서울시 추모공원 건립계획과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도립 장사시설계획이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김문수 경기지사의 빅딜론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황식 하남시장 삼자 간에 사전합의설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 경위를 살펴 보건데, 하남시와 경기도는 물론 서울시, 3자 모두 이 일을 잘못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하남시는, 자기지역에 필수적인 장사시설을 건립하고자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했다. 현행 장사등에관한법률에서는 시군구로 하여금 화장장을 건립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의 지원금 2천억 원’과 ‘서울 지하철의 연장’ 등을 내세움으로써 ‘염불보다 잿밥’을 먼저 노린 격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먼저, 인구 13만 명을 근거로 한 사망자 통계와 외부 유입 수요를 감안하여, 면밀한 장사시설 수급계획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화장로 16기(또는 30기), 납골당 20만 위, 장례식장 20실이라는 거대한 시설규모, 그리고 사전에 주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은 따로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경기도의 자세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남시와 접한 성남시 화장장은 화장로 15기가 설치된 중소도시로는 상당히 큰 규모이다. 그럼에도 하남시에 대규모의 화장장을 또 설치하는 것은 도내 화장시설이 편중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지역별 인구와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하여 화장시설을 적절하게 분산 배치하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부천시의 화장장 건립계획에 대하여는 오랫동안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도립장사시설 후보지는 남북을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를 보면 과연 경기도에는 정책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하향 방식으로는 화장장 건립이라는 난제 중의 난제에 다른 시군들의 무임승차를 막을 수가 없다.

서울시는 하남시와 어떠한 사전합의도 없었다고 한다. 또 오세훈 시장은 국감 답변을 통해 “원지동 추모공원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데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기지역의 기피시설을 경기도에 떠넘기려 한다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송을 핑계로 화장장을 찾아 헤매는 시민들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터에, 이제 와서 다시 경기도를 기웃거린다면, 경기도민은 물론 시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기에다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행태도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갈등을 중재해야할 사회지도급 인사가 반대에 앞장서는 그릇된 행태를 그대로 본 받고 있다. 적어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사회의 갈등에 성급하게 앞장서는 것은 옳지가 않다. 좀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장래를 내다보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필자는 일찍이 일본의 광역화장장조합을 눈여겨 본적이 있다. 그들은 작게는 3곳, 많은 경우는 10여 곳의 인접한 시(市)?정(町)?촌(村)이 긴밀하게 협조하여 공동 화장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 문제는 스스로 풀어나가고, 상급 현(縣, 우리의 도)과 중앙 정부에서는 지원(주로 재정)을 ! ! 하는 것이다. 이때 중의원을 비롯한 사회지도층들은 갈등의 중재자로서 역할이 상당하다고 한다. 어차피 수도권의 현실적인 여건이나, 인구에 따른 화장시설의 적정 규모, 즉 스케일메리트(Scale merit)를 고려할 때, 일개 시군이 단독으로 화장장을 건립하고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경기도지사와 하남시장은 물론 전국의 관계관들에게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보기를 권한다. (세계묘지 문화기행 저자)

박태호 서울보건대 장례지도과 겸임 교수 세계묘지문화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