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서방자산 몰수/8월6일 유엔제재때부터 소급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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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쿠웨이트 주둔병력 10만명 증강/KGB는 CIA와 협력
【바그다드ㆍ워싱턴 APㆍ로이터=연합】 이라크는 19일 포고령을 통해 이라크의 해외자산을 동결한 모든 국가들의 이라크와 쿠웨이트내 자산 및 수입을 몰수할 것이며 이들 자산의 안전에 더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최고 권력기관인 혁명평의회는 18일밤 통과시킨 이 포고령에서 『이라크에 반하는 자의적 조치를 취한 국가들의 정부ㆍ기관ㆍ기업ㆍ은행들에 속하는 모든 현금ㆍ자산ㆍ수익은 몰수된다』고 선언했다고 이라크 관영 INA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INA통신은 이날 몰수조치는 유엔이 이라크에 대한 무역제재조치를 결정한 지난 8월6일로 소급적용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이들 자산의 규모는 언급치 않았다.
이와 관련,바그다드의 현지 소식통들은 이라크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미국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의 33개국 약 5백개 기업이 이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22일 전했다.
이들은 현지 전화번호부에 등재돼 있는 외국기업체수가 서독이 67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이탈리아(61개),프랑스(51개),일본(50개),영국(32개),미국(13개)순이며 그밖의 유럽국가들도 1백63개의 업체가 활동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또 이번주 쿠웨이트에 있던 프랑스인 2명을 또다시 연행했다고 프랑스 외무부가 19일 밝혔다.
대니얼 베르나르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주초 프랑스인 2명이 또다시 행선지가 알려지지 않은 채 붙잡혀 갔다』고 말하고 『쿠웨이트에는 외국인들이 체포될지 모를 위험이 있으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시 미 대통령은 19일 만일 현재 취하고 있는 여러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새로운 제재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정치집회연설에서 『이라크가 계속 협상에 불응한다면 이라크의 고립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유엔의 국제적 대 이라크 금수조치이외의 어떤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백악관은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무력사용배제를 거부한 이전의 성명내용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파드 사우디아라비아국왕 또는 케야르 유엔사무총장과 이라크의 쿠웨이트철군을 모종의 조건하에서 토의할 용의를 갖고 있다고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이 19일 밝힌 것으로 중동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바그다드발 기사에서 아라파트 의장은 자신이 18일 후세인 대통령과 만났으며 그는 이 자리에서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의 철수와 합법적인 쿠웨이트 정부를 재수립하는 문제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련의 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은 19일 미국 중앙정보부(CIA)에 이라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제의하는등 페르시아만 사태를 두고 미소간의 공동대처 분위기가 높아져가고 있다.
한편 미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와 쿠웨이트에 배치된 이라크군 병력은 최근 2주동안 종전의 26만5천명에서 36만명으로 증강된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고수할 결의는 더욱 굳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방부의 피트 윌리엄스 대변인은 지난 2주동안 이 지역에 배치된 이라크 병력과 전차의 수효는 종전의 26만5천명 및 2천2백대 수준에서 36만명,2천8백대로 각각 늘어났으며 야포 또한 1천4백50문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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