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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용어들(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 외국의 잡지들은 새로운 정치용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세계질서의 구조를 설명하는 국제정치의 논리가 바뀌었다.
첫째 「탈이데올로기」시대의 국제정치에서 각국의 행동논리는 종래의 「대립 대결형」에서 「협조와 협력형」으로 변화되고 있다.
둘째 냉전 이후 시대,국제정치사회에서 나라들 사이의 권력투쟁 수단은 종래의 「군사력」 위주에서 「경제력」쪽으로 그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
셋째 공산주의의 와해와 얄타체제의 해체 이후 세계의 신질서는 「승자의 평화」 아닌,「승자없는 평화」의 기반 위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모든 나라들은 외교의 방식도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외교가 「국익지향의 외교」였다면,20세기의 외교는 「이데올로기 지향 외교」다. 그러나 이런 외교도 이젠 고전이 되어버렸다. 앞으로의 외교는 「계몽적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계몽적 외교는 종래의 약육강식적 외교,정글의 외교,공격적 외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제적 공익」과 「국제적 공공재」에 기여하는 협조형 외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종래의 「지정학」이라는 용어 대신에 「지경학」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계간 학술지 『더 내셔널 인터리스트』라는 잡지에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전략부장인 에드워드 루드워크가 소개한 새 용어다. 영어로 지오­이코노믹스(Geo­Economics)라고 했다.
한마디로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강대국들은 자신의 군사력보다는 경제력에 더 큰 관심을 쏟게 되었다. 경제력을 중시하면 국경의 정치적 의미는 자연히 희미해진다. 바로 유럽의 경우가 그렇다. 이제 국경은 국가주권을 지킨다는 의미보다는 그 나라의 세금을 어느 지역까지 걷느냐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지경학은 자칫 중상주의와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중상주의와 최량의 고용을 중시하는 지경학과는 근본에서 다르다는 것이 학자들의 분석이다.
우리 한반도는 지금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논리와 용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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