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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UR」… 어떻게 대응하나(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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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쌀은 절대 개방않겠다”/자생력없이 보호폐지 안될 말/문 열고 견디는 차선책 찾을 때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 타결시한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UR협상 내용이 우리나라에 미칠 엄청난 영향에 대한 정부대책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농산물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커져 집단시위로까지 확산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지식인들은 UR협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UR농산물협상그룹의 한국측 실무대표인 농림수산부 김정용농업협력통상관(47)과 UR반대 서명교수의 한사람인 단국대 장원석교수(42ㆍ농업경제학전공)와의 대담을 통해 UR의 문제점ㆍ파급영향ㆍ대책 등을 알아본다.
□참석자
장원석(단국대교수 UR반대서명)
김정용(농림수산부 농업협력통상관)
▲장원석교수=우선 가트(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나 UR의 협상결과를 우리나라가 과연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근본문제부터 제기하겠습니다.
가트는 수출국ㆍ선진국ㆍ강대국이 수입국ㆍ후진국ㆍ약소국에 그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데 이용되어왔습니다. 강자의 논리가 관철되고 약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농업부문은 2,3차 산업과는 다른 특수성으로 어느 나라나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김정용국장=협상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물론 각국이 스스로 결정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자급자족 경제를 주장해온 중국ㆍ소련까지도 UR협상의 모체인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가트체제에 가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못마땅한 논의가 있다고 해서 이를 거부하거나 외면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요.
▲장=무조건 거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48년 이후 40여년동안 가트체제에서 예외조항으로 인정돼온 농업부문의 보호주의가 이제 와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비교우위에 있는 선진농업국들의 개방강요는 국제적 형평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김=우리나라는 쇠고기ㆍ쌀ㆍ콩 등 주요산물 값이 국제시세보다 2.5∼5배가량 비쌉니다. 정부가 재정에서는 농가소득의 10%정도 밖에 지원을 못해주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비싼 국산품을 먹음으로써 생산자를 보호해 주고 있는 셈이지요.
미국의 경우는 수입제한보다는 재정보조를 통해 농가소득을 지지해 주고 있는데 35%에 달하는 정부보조금 비중을 자국 농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줄여갈테니 수입개방을 하라는 입장입니다.
▲장=국제가격과 단순비교는 곤란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정부 보조금을 받고 싼값에 덤핑으로 수출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자생력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 것이 마구 쏟아져 들어올 때 결과는 뻔한 것 아닙니까.
▲김=국민경제ㆍ식량안보ㆍ농가소득 등 여러 측면에서 농업의 중요성은 정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없다고해서 농업부문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협상과정에서 쌀 등 주요 농작물의 경우는 『절대 개방할 수 없다』는 점을 꼭 관철시키겠습니다.
또 자생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입개방 유예기간을 10년 이상 얻는 데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장=최선책은 여하한 방법으로든 수입개방을 저지하거나 유예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만의 계층운동이 아닌 범국민운동까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지난해 가트의 BOP(국제수지위원회)에서 우리나라는 남아 있는 농산물 수입제한 품목을 97년까지는 다 개방하도록 결정이 됐기 때문에 UR협상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개방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종래의 영농법ㆍ농업구조로는 급격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응키 어렵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투자도 대폭 늘려야 하는데 UR협상에서 이같은 투자까지 제약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되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가 어려운 입장에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장=이번 협상은 외부적으로 보면 선진국들이 자국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농업생산기반 자체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김=구조조정작업이 늦은 게 사실입니다. 81년에 농수산물 개방에 대비하자는 움직임이 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등 연구기관에서 제기됐지만 그때 일부 농경제학자들이 개방을 하면 「매국노」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때부터 준비했더라도 10년동안 착실히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장=(정색을 하면서) 그게 어떻게 농경제학자들의 책임입니까.
정부 관료들은 그동안 농업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농업에 대한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 농업관련 예산이 정부예산의 7%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최근 3∼4년동안 여러 차례 농업발전정책이 발표돼왔지만 예산의 뒷받침 없는 대책은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농업정책이 실효를 못거두니 농민들의 불신도 커지고 의욕도 상실되는 것입니다.
▲김=UR협상이 우리의 5천년 농업 역사에 가장 큰 시련임은 틀림없지요. 남의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겹고 서글픈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개방하고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체질을 갖춘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필요합니다.
관세만으로도 수입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생산합리화가 돼야하며 이를 위해선 기계화ㆍ품종개량ㆍ영농법개선 등이 망라된 「품목별 경쟁력 강화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도 5∼10년의 중ㆍ장기 계획을 마련중입니다. 『무조건 못연다』가 아니라 열고도 버틸 수 있을 길을 모두가 찾아나서야 할 때입니다.
▲장=수입개방이 되면 91년부터 10년동안 가축사육 농가의 피해액이 21조원에 이르고 38만6천명의 축산농민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 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는 중진국 대열에 끼고 있지만 농업은 후진국중에서도 후진국으로 뒤져있고 그만큼 자생력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농민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다는 자세를 가져야하며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정리=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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