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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지역 師大 출신 가산점은 위법" 불합격자 줄소송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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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년 2월 초 2004학년도 중등교원임용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근소한 차이로 떨어진 응시자들이 대규모 불합격 취소 청구 소송을 낼 전망이다. 교원임용시험 때 응시지역 사범대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법에 어긋나며 이로 인해 타 지역 출신 응시자가 불합격되는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역가산점 제도가 폐지될 경우 지방대 졸업자들이 수도권의 임용시험에 몰리면서 농어촌의 교사부족 현상이 악화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인천지법 행정부(권순일 부장판사)는 29일 서울 고려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인천지역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했다 지역 사범대 출신자 가산점 때문에 떨어진 權모(30)씨가 인천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權씨는 지난해 12월 인천시 중등교사 임용시험 공통사회 교과에 응시했으나 합격선인 1백33점에 1.33점 미달해 탈락하자 지역가산점(2점)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무엇이 문제인가=지역가산점은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 실시▶지역 출신 우수 교원 확보▶지역 사범대 보호.육성을 목적으로 적용돼 왔다.

현재 교원임용 시험에서는 1점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가산점(2~5점)은 합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원은 그러나 "지역가산점제는 타지역 출신자가 교육공무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해 헌법상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에 위배되며, 능력주의와 기회균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에도 위배된다"며 "이로 인한 불합격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송 봇물 예고=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임용시험의 불합격자들은 구제받을 수 없다. 불합격 처분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내야 하는데 이미 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11월 실시되는 2004학년도 임용시험이다. 특히 중등교사의 경우 응시자가 모집정원(4천5백~5천여명)의 7배(지난해 기준)가 넘어 소송 당사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험은 시간상 제도변경이 어려워 지역가산점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근소한 차이로 떨어진 응시자들은 '90일 이내 소송 제기'라는 조항을 의식, 합격자 발표 직후 일단 소송을 내놓고 구제대책을 기다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농어촌 교단 공백 우려=교육부는 30일 시.도 관계자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교육부 이수일 학교정책실장은 "30일 회의에서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지만 일단 대법원까지 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최종 확정할 경우 교육부는 지역가산점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 시.도간 교원채용 시장의 진입 장벽이 무너지는 셈이다. 이 경우 지방대 졸업자들과 농어촌 현직교사들의 수도권.대도시로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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