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개폐 진전…법 운영은 "제자리"|양 건 교수「법 민주화…」논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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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법적 측면에서 우리의 민주화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양 건 교수(한양대·법학)가 악법개폐문제와 법 적용·집행의 문제를 중심으로 법 민주화의 현 단계를 점검한 글「법 민주화의 과제: 법의 지배와 기본권보장」을 계간『사상』최근호에 기고했다.
양 교수는 기고 문에서『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언론기본법·사회안전법 등 악법으로 지적됐던 일부 법률들이 개폐되는 등 법적 민주화의 진전이 있었지만, 국가보안법이 전혀 개 정 되지 않고 개 정된 집시법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등 핵심적 영역에 대한 본질적 변화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법적 차원의 5공 청산을 위해 88년 국회 내에 구성되었던「민주발전을 위한 법률개폐특위」가 해체된 7월14일까지의 법적 민주화정도를 분석한 기고 문 요지는 다음과 같다.
6공 출범직후 국회는 악법개폐를 위해 특위를 구성, 38개 법안을 상정해 33개는 처리하고 5개는 소관상임위로 회부했다.
◇사회안전법=75년 7월 제정된 대표적 악법. 89년6월 폐지되고「보안관찰법」으로 대체 입법됐다. 대체과정에서 보안 감호 처분제도가 삭제된 것은 인권보장의 큰 진전이었다. 하지만「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 재판을 거치지 않고 주거를 제한하고 회합·통신을 금지할 수 있는」보호관찰제도는 여전히 남아 법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사회 보호법=상습파렴치범을 가중처벌하기 위해 80년 국보위에서 제정됐다가 지난해 3월 개 정됐다.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범죄자에게 판사가 형벌에 덧붙여 반드시 보호감호를 병과 해야 한다」는「필요 적 보호감호규정」은 삭제됐으나 개 정법에서도 7년 이하의 보호감호처분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내릴 수 있어 2중 처벌이라는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밖에 형법(국가모독죄삭제)·경범죄처벌법(유언비어날조·유포 죄 삭제)·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유치명령기간단축)등 이 개 정된 것도 민주화의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보안법·안기부 법 등에 대한 개정안은 특위에서 처 리 되지 못했다.
특히 국가보안법은 두 가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반 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동조죄 규정 등 기본권보장의 원칙에 배치된다. 반 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개연성만으로 범죄가 성립된다는 규정은 정치통제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헌법의 평화통일원칙 및 정부의 통일정책과 상충해 통일에 장애가 된다.
한편 법 민주화는 법률개선과 함께 법 집행의 민주화가 범행돼야 함에도 우리의 경우 관련기관의 민주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의 경우 시국사범에 대한 영장발부와 검사의 구속기간연장신청을 거부한 예가 거의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역시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 국가보안법(찬양·고무·동조죄)·노동쟁의조정법(제3자 개입금지)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제한해석·한정합헌 등 편법 적 합헌판결을 내러 비판을 받고 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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