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韓銀총재 한마디에 시장 하루종일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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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9일 채권시장은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관련 발언으로 하루종일 들끓었다.

朴총재는 이날 오전 청와대 경제민생점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 시장에 전해지자 그동안 오름세를 보이던 시중 실세금리가 갑자기 하락세로 밀리면서 국고채 금리(3년짜리)가 전날 연 4.47%에서 4.39%로 떨어졌다. 그동안 금리오름세를 감수해가며 과도하게 풀렸던 시중자금을 통화안정증권 등을 통해 꾸준히 흡수해 왔던 한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순간이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자 한은은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고 "'아직 구체적으로 금리인상 문제를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한 것이 와전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은의 해명 역시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될 만한 내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 총재가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는 금리 문제에 대해 너무 쉽고 가볍게 자주 언급한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에둘러 돌아가는 표현으로 이야기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모호한 화법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전임 전철환 한은 총재는 FRB의 발언 수칙을 금융통화위원과 임원들에게 회람시키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는데, 朴총재는 본인 스스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단정적인 발언을 삼가지 않는 모습이다.

한은은 올 들어 두차례나 경기 회복을 위해 콜금리 목표치를 내렸지만 경기 회복은커녕 부동산 거품만 키워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되고, 가만 있자니 부동산 시장이 부담인 상황이다.

그러나 朴총재는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강남 부동산 급등은 '공교육을 무시하는 천민적 교육제도 때문'이고, 점점 낮아지는 저축률도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시장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박총재가 금리 인상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한다. 시장에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는 중앙은행 총재 때문에 시장은 혼란스럽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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