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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 공작용 경력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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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정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44.구속.사진)씨의 과거 주요 행적이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이 중에는 정부기관과 대기업 등이 망라돼 있다. 다채로운 그의 배경에 대해 수사당국은 "우연이라기보다 의도적으로 관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장씨의 활동 전반에 대해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치밀한 경력 관리?=장씨의 이력서를 보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관리됐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장씨는 주한미군 물류담당(1989~93년)→국내 대기업(95~98년)→정보통신부 산하기관(98~99년)→IT 관련 기업(99년~현재)을 두루 거쳤다. 주한미군 시절에는 핵무기를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부대에서도 근무했었다.

장씨가 '일심회'를 이용해 정치권 정보를 수집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한국 정부.기업의 동향과 관련 핵심 기술에 깊숙이 접근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IT 전문가로 변신한 과정도 특이하다. 국내 대학에서 국문학과 1학년을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장씨는 현지 대학(캘리포니아 코스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IT 관련 업무를 맡는 대기업과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에서 일했다. 수사당국은 장씨의 과거 행적에 북한 당국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IT 관련 이론이 뛰어났고 사업 아이디어가 많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 조직원과 친밀한 관계?=수사당국에 따르면 장씨는 97년 고교 후배 손정목(42.구속)씨를 일심회 조직원으로 가장 먼저 포섭했다. 99년에는 손씨와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도 함께 운영했다. 그러나 비밀조직 총책과 조직원이라는 관계와 달리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손씨가 개인적인 채무관계로 장씨 몰래 회사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사실이 드러나 크게 문제가 됐었다"고 말했다. 이후 장씨는 게임 관련 위성TV 사업 등에 진출하면서 손씨 대신 이진강(43.구속)씨를 기용했다. 손씨는 이후 학원사업에 손을 대면서 사업상으로는 장씨와 멀어졌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계가 대남공작 활동과 별개였는지, 또는 외형상 갈등을 노출시켜 일심회라는 조직의 노출을 피하려 한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장씨의 포섭대상에 민노당 관련 인사가 주축인 점도 주목 대상이다. 이정훈(43.구속) 전 민노당 중앙위원과 최기영(41.구속) 사무부총장 외에도 당직자 서너 명이 추가로 장씨와 접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 민족해방(NL)계 운동권 출신이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비밀조직의 성격상 특정 인맥 위주로 외연을 확대했을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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