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단거리 국제선 늘리자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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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포공항에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오가는 국제선을 개설하는 방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이 맞서고 있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유휴시설 활용과 승객 편의를 위해 개설을 주장한다. 김포공항이 있는 서울 강서구도 노선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설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허브화를 방해한다"며 반대한다. 양천구 주민들은 항공기 운항이 늘어 소음 피해가 커진다며 건교부 편에 섰다.

◆김포공항 대 건교부.인천공항 간 힘겨루기=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를 잇는 국제선의 개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김포공항 국제선은 일본 하네다 공항을 오가는 노선이 유일하다. 하루 16편이 운항 중인 김포~하네다 노선은 인천공항 개항 2년 뒤인 2003년 운항이 시작됐다.

김희선 공항공사 기획본부장은 "중국 노선이 생기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소요 시간이 최대 한 시간가량 절약된다"며 "상하이나 베이징을 방문하는 기업가들이 편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항공사가 국제선 개설을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공항 이용률을 높여 수익을 높여 보려는 것이다. 김포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42%에 불과하다. 이용률이 여객청사는 25%, 주기장은 1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00년 1500억원대이던 국제선 운항 수입은 지난해 120억원으로 급락했다.

이강석 한서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김포공항의 단거리 노선 유치는 인천공항의 포화상태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교통부와 인천공항 측은 국제선 추가 개설을 강하게 반대한다. 국제선이 분산되면 인천공항 허브화는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다. 홍순만 건교부 항공기획관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는 노선 취항에 차별을 둘 수 없는 규정이 있다"며 "중국 노선을 열어 주면 다른 나라도 김포공항 취항을 요구할 것이고 그것을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제철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김포공항에 국제선이 추가 개설되면 승객 편의는 커지나 인천공항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종합적이고 신중한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 엇갈리는 지자체=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는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김포공항 유휴시설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한.중 간 국제선이 추가 개설되도록 건설교통부에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박람회를 앞두고 양국 간 항공 수요가 늘 것이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노선이 개설되면 공항 이용객이 늘어 주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오 시장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양천구는 "김포공항에 노선이 증설되면 양천구민 25만 명이 소음 피해를 본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구민 10만 명으로부터 반대서명을 받기로 했다. 유사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부천시의 시민단체 등과도 연대할 방침이다. 양천구 류관희 시의원은 "현재도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며 "국제선 증설을 막기 위해 실력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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