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주인 누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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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협중앙회가 선두주자/중견 기업ㆍ체육공단ㆍ개인 재력가도 “군침”/특혜 의혹없이 능력있는 업체선정이 과제
새 민영방송(민방)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8일 정부가 참여자격과 기준을 담은 「민방설립계획」을 확정ㆍ발표하고 1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희망업체의 참여신청을 접수받기로 함에 따라 민방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소기업들의 모임인 중소기협중앙회는 공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고,한국화장품ㆍ인켈 등 중견기업과 그룹분할 예정인 일부 대기업까지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어 치열한 참여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중소기협중앙회를 주축으로한 중소기업군.
지난 5월부터 민방참여를 추진해온 이들 업체들은 특히 「회사속의 회사」형태를 내걸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개별업체의 빈약한 자금사정을 고려,희망중소기업 전체가 기금을 모아 별도의 투자회사를 차린뒤 이 회사가 하나의 주주로서 방송사설립에 참여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예정하고 있는 민방설립자본금은 1천억원으로 이중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30%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30%선인 3백억원을 모아 출자,최대주주로서 운영주체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구자운기협중앙회이사는 『새민방의 운영권은 공정성확보 또는 중소기업육성차원에서 특정업체보다는 다수의 중소기업군이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개별 중소기업들은 민방의 주주가 아니라 민방의 주주인 별도법인의 주주가 되는 셈으로 이 법인체에서 위임된 대표가 방송국운영을 맡게 된다는 것.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이에 대해 운영권의 소재가 불투명해지는등 방송국이 「모래알 기업」이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어서 이 방안의 채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보다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은 단독지분참여 또는 컨소시엄형태의 공동운영등을 모색중으로 한국화장품 및 인켈ㆍ맥슨전자ㆍ삼익악기 등 전자ㆍ악기업체와 일부 광고업체등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화장품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자금ㆍ운영능력을 갖추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견기업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참여 가능성을 간접시사했다.
최근에는 또 빙그레사의 참여설이 강도높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화약그룹의 계열사로 정부의 대기업배제방침에 따라 자격미달상태이지만 곧 그룹이 3분될 예정이며 이 경우 자산규모등에서 참여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것.
이와함께 개인재력가의 등장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는데 최대주주로서의 경영권확보는 어렵겠지만 출자주주로서의 간접참여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체육진흥공단이 서울올림픽이 잉여금 4천억원의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뛰고 있고 ▲일부 사학재단과 포철ㆍ전기통신공사 등 우량기업도 거론되고 있으나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공익ㆍ공공적 성격의 이들 단체ㆍ업체들을 선택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다음달 10일까지 접수를 마감,11월중 운영주체를 선정하고 올해안에 가인가를 내줄 방침이어서 접수마감시한을 전후한 10월초께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방송은 특히 ▲확실한 수익성 ▲막강한 영향력 ▲밝은 장래성등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될만큼 매력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뜨거운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도 최종 업체선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수의 기업을 참여시켜 특혜ㆍ독과점소지를 불식시키는 한편 운영주체를 뚜렷이 해 주인이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나 이같이 두마리 토끼를 잡기란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중소기업을 선택할 경우 명분은 살릴 수 있으나 운영ㆍ자금능력등에 확신이 서지 않고 규모가 큰 기업은 특혜의혹을 씻기가 어려운 실정인 것.
공보처관계자는 이와 관련,『현재로서는 납세 성실성,공익사업의 관심도,자금조달능력외 별다른 선정기준을 마련치 않고 있다』며 『접수상황을 본뒤 중지를 모아 처리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협중앙회는 8일 ▲현재 10층인 회관건물을 1∼2층 증축한뒤 중앙회 사무실은 3개층만 쓰고 나머지는 방송국으로 사용하면 방송국을 운영하는데 별도 건물이 필요없으며 ▲2층 국제회의실을 스튜디오로 쓰고 임대업체를 내보내는데 30억원이면 되는등 증ㆍ개축에 1백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리적으로도 기존방송사와 같은 여의도에 위치,방송타운을 만들고 있고 ▲일산등지에 야외녹화장을 마련하며 ▲제작 PD는 줄이고 외부제작 프로그램을 많이 쓰면 경비도 줄일 수 있다는등 구체적인 방송국설립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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