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대책,실천의지가 열쇠(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4일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농산물 수입개방 10개년 계획안은 우루과이라운드의 출범을 앞두고 정부ㆍ여당이 구체적 대응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또 이날 제시된 대응방안이 단기적인 농가 보전책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농업구조 개선,농업의 경쟁력 강화,유통문제 해결,농민생활 보호를 위한 사회복지 차원의 대책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특히 농업생산구조 개혁과 기술혁신을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산업으로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내용은 이제까지의 농업피해 보전등 소극적 대응자세에서 능동적 적극적으로 개방화 물결에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처럼 온갖 좋은 내용을 망라한 이번 계획이 과연 당초의 구상대로 현실적으로 시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데 대한 의념이 생기는 것도 솔직한 우리의 심정이다.
그것은 이제까지 화려한 계획이 결국 유야무야한 전례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번 계획이 농업부문만을 들여다 보는데 치우침으로써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관련여건을 너무나 소홀히 하고 있고 그만큼 현실감을 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특정부문의 사정만을 염두에 두고 짜여진 계획은 산업의 다른 부문으로부터 오는 저항이나 제약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으며 그것이 계획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례를 우리는 여러차례 보아 왔다.
이번 계획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바로 그처럼 현실을 지나치게 가볍게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예컨대 농업구조 개선만 하더라도 말은 쉽지만 그 작업은 엄청난 투자를 전제로 한다. 기술혁신도 지금 우리의 농업관련 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유통구조 개선ㆍ농민연금제ㆍ농작물보험제 등도 반드시 이루어야할 과제들임에 틀림 없지만 역시 방대한 재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일들이 그동안 당위성은 인정되면서도 현실적 뒷받침이 따라주지 않아 미루어졌던 일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계획의 수립에 앞서 더 긴요한 것은 계획의 실현을 뒷받침할 현실적 여건을 조성해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공원이 더럽혀진다고 농어촌 후계자 대회를 지방으로 쫓아내는 수준의 의식구조와 발상으로는 우루과이 라운드에 대응한 효과적인 실천방안은 나오기 어렵다.
또 계획의 수립도 농업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좁은 시야만 가지고는 현실적인 것이 될 수 없다. 농업문제는 이미 농업문제만으로 홀로 설 수 없는 시대다. 그런 만큼 정부의 수입개방 대책도 국가경영 전략 차원에서 전체 산업구조 조정ㆍ인력수급ㆍ투자자원 배분문제를 포괄하는 구도위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와함께 당사자인 농민들도 문제의 해결을 정부에만 의지하려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한다는 결의와 자세로 전과 다른 노력과 창의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