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도하아시안게임] '도하의 금!' … 잠자는 시간도 아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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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힘 줘!" 체조의 양태영(左)이 정진수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링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합성) 김형수 기자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새벽에 태릉선수촌 트랙을 돌며 하루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제15회 아시안게임이 딱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45개국 1만35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해 39개 종목, 423개의 금메달을 놓고 그동안 흘린 땀의 무게를 측정하게 된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96개의 금메달로 일본(44개)을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한 한국은 체스와 카바디를 제외한 37개 종목에 75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10월 30일 오전 10시. 태릉선수촌은 '수능'을 한 달 앞둔 긴장감으로 오히려 적막했다. 웨이트트레이닝장인 '월계관'에선 레슬링 선수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이어졌다. 독한 말을 쏟아내며 이들을 담금질하는 이는 방콕(1998년)과 부산(2002년) 아시안게임을 제패했던 김인섭 코치다. 이번엔 동생 김정섭(31.그레코로만 84㎏)이 메달 계보를 잇는다. 박명석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정섭은 "이기고 싶은 욕망에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노장의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레슬링은 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세웠다.

오후 3시 윤창선 체조 남자대표팀 감독의 고함 소리가 체조 훈련장을 울린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평행봉에서 은메달을 딴 유원철(22)은 '착지 때 엉덩이를 뒤로 빼는 버릇' 때문에 계속 야단을 맞는다. 건너편에선 양태영(26)이 링을 잡고 씨름하고 있다.

큰 대회를 앞둔 양태영의 비장함은 남다르다. 2년 전 아테네 올림픽 개인종합에서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메달 욕심 없이 그저 한국팀을 위해 뛴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주위의 메달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자 개인종합과 평행봉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체조는 세계 최강 중국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오후 5시 수영장. 지난주보다 코치의 출발 신호 간격이 짧아졌다. 물살을 휘젓는 선수들의 팔 동작도 빨라졌다. 경영팀은 지구력 훈련을 마치고 스피드 훈련에 들어갔다. 수영의 목표 금메달 수는 3개, 모두 박태환(17)의 몫이다. 노민상 수영 총감독은 "장린(중국).마쓰다 다케시(일본)를 쫓아가는 처지에서 이젠 쫓기는 처지로 바뀌었다. 중동이 일교차가 심해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코감기가 잘 걸리는 박태환을 위해 가습기도 챙겨갈 예정이다. 8월 범태평양대회 여자 평영 200m에서 아사미 기타가와(일본)에 0.02초 뒤져 동메달을 차지한 다크호스 정슬기(18)는 "기록 차가 얼마 안 되는 만큼 승부를 걸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2위 수성 가능한가=한국은 70~75개의 금메달로 3회 연속 2위 수성이 목표다. 김종수 선수촌 훈련지원부 차장은 "개최국 이점을 등에 업은 중동이 전보다 약간 메달을 추가하겠지만 한.중.일 3강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은 금메달 110개 이상이고, 한국이 목표 메달을 채운다면 일본이 60~65개로 3위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다.

18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은 유도.사격.여자축구 등에서 7~1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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