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휩쓸려 “떼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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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시외버스 추락/사고버스 200m 떠내려가/차체속엔 시체 3구만/수심깊어 구조작업에 애로
【여주=이하경ㆍ이철호ㆍ이철희기자】 빗속을 과속으로 달리던 버스는 지그재그로 2∼3번 심하게 요동치다 난간을 들이받고 섬강으로 곤두박질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난간을 들이받는 순간 대부분 승객들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으며 정신을 차린 승객들은 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2백여m쯤 떠내려가는 동안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고 아우성쳤으나 버스가 물속에 잠기면서 처참하게 뒤엉켜 숨졌다.
그러나 인양된 차속에서는 3구의 시체만 발견됐다.
사고버스는 이날 울진을 출발,강릉을 경유해 서울로 가는 같은회사 버스가 비 때문에 연착하자 이 버스 대신 운행을 하다 참사를 빚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순간=버스추락후 헤엄쳐나온 김영춘군(20ㆍ재수생 경기도 부천시 괴안동 3의2)에 따르면 남한강변도로를 질주하던 버스가 갑자기 앞에서 서행하던 승용차를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는 순간 중앙선을 침범,강으로 곤두박질쳤다.
버스는 급류에 휩쓸려 2백여m쯤 떠내려갔고 김군은 추락순간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안전벨트를 풀고 깨진 유리창으로 헤엄쳐나왔다.
그러나 버스가 추락하는 순간 대부분 승객들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로 희생됐고 정신을 차린 승객들도 서로 좁은창문을 통해 빠져나오려고 아우성치다 버스가 물속에 완전히 잠기면서 서로 뒤엉켜 익사했다.
◇사고원인=경찰은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빗속을 과속으로 달리던 버스가 서행하던 승용차를 피할여유가 없자 갑자기 핸들을 꺾는순간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하행선 교량난간을 들이받고 19m아래 수면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있다.
생존자 최씨는 『버스가 다리근처에서 지그재그로 2∼3번 심하게 요동치더니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추락했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사고가 나자 경찰은 경기도경소속 UH­1 헬기 1대와 산림청소속 헬기 1대,잠수원 14명,구급차와 견인차 각각 10대씩을 동원,구조작업에 나섰으나 연이틀째 내린비로 강물이 크게 불어나고 물살이 빨라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6시이후에는 실질적인 구조작업을 중단,강양쪽에 대형 서치라이트를 설치해 1분간격으로 떠오른 시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사고버스는 오후5시20분쯤 잠수원들에 의해 사고지점인 섬강교에서 2백여m 떨어진 강기슭 물밑에 90도로 누운채 발견됐으며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등 차체가 심하게 부서져있었다.
경찰은 이날 미군헬기의 도움을 받은 로프를 이용해 버스를 인양할 계획이었으나 미군측이 일기불순을 이유로 헬기지원을 거절하는 바람에 인양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신 강 양쪽에서 대형 로프를 차체에 걸어급류에 떠내려가지 못하게 했다.
◇수습=사고직후 강원ㆍ경기도는 성기방 강원부지사ㆍ홍종대 여주군수 등으로 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 실종자수색독려 및 보상문제 등을 유족 및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회사측은 사고차량은 사망자 1인당 최고 5천만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어 유가족들과 협의,장의절차ㆍ보상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생존자 명단
▲김영준 ▲최경순(25ㆍ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상진부리 227) ▲서보옹(19ㆍ서울 상계동 보람아파트 106동) ▲김영록(23ㆍ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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