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잘해선 청심국제중 낙방 각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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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중학교는 지난해 21대 1의 경쟁률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올해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의 설립인가 문제로 청심국제중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올해 청심국제중은 5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적용하던 초등학교별 4 명까지만 지원하도록 한 규정이 풀렸고, 대원과 영훈 국제중 인가문제가 이슈화하면서 높은 경쟁률은 이미 예상됐었다. 올해 처음으로 합숙면접을 한 청심국제중의 입시전형과 내용·결과를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중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겠다. 청심국제중의 입시 전형은 앞으로 다른 국제중학교에도 일종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볼 수 있다. 2007학년도 청심국제중학교 입시전형을 살펴보자.

◆ 1단계-서류전형
청심국제중은 1단계 서류전형을 통해 모집정원의 4배수를 추린 뒤 2단계 2박3일의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았다. 일반전형의 경우 53명 선발에 2766명이 지원했다. 서류전형만도 바늘구멍인 상황에서 과연 어떤 학생들이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을까. 우선 인터넷으로 접수한 지원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력항목은 기본적인 인적사항 외에 개인의 자질을 입증할만한 성적결과를 표기하게 돼 있었다. 토플, 토익, 텝스,토셀, IET(국제영어학력경시대회), PELT(실용영어) 등 영어인증성적과 각종 경시대회, 예·체능, 지도력, 논술토론 분야 능력입증자료와 체험활동 및 봉사활동 수행 경력 입증자료 등이다. 외고를 지원할 때는 가장 좋은 영어인증성적만을 제시하면 되지만, 청심중의 경우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사항을 모두 기재하면 다 반영되는 양식이었다. 초등학생이 과연 토플 점수가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그렇다"이다. 토플 점수와 같은 객관적인 영어인증점수와 수상실적을 제시한 학생들이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1차 합격생들의 면모를 보면 토플은 대략 250점, 토익은 600점 이상이다. IET는 1~2등급 학생이 대부분이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영어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도 객관적으로 내세울 점수가 없으면 서류전형에서 탈락해 시험응시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관건은 우수한 자질을 보여줄 만한 자료가 있는지, 나아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 2단계-2박3일 심층면접
심층면접은 10월 12~14일 청심국제중 청아캠프에서 열렸다. 4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합숙을 통해 개인의 품성과 능력을 전면적으로 평가하려는 목적이다. 식사와 수면시간, 자율활동시간을 제외하면 오전과 오후로 나눠 면접평가를 했다.

평가 첫날은 영어 평가를 진행했다. 오후에 면접관 2~3명을 두고 학생 5명이 단체로 면접을 했다. 면접관들이 ▶여행하고 싶은 곳▶의미있는 역사사건▶서울 집중화현상▶기억에 남는 책▶한류 열풍에 대한 의견▶삼국통일에 대한 견해 등을 묻고 학생들이 영어로 대답했다. 저녁에는 면접관 2명이 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을 했다. 영어지문을 제시하고 큰 소리로 낭독하게 한 후 영어로 내용요약과 소감 발표를 하는 식이었다. 또 면접관이 사진을 제시하면 학생이 사진 속 상황을 영어로 설명하고 관련 질문에 답했다.

평가 둘째 날은 수학·과학·사회 과목을 평가했다. 2~3문제를 선택해서 풀고 면접실에서 답과 함께 이유를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1·2차 산업 관련내용, 원화와 엔화를 비교한 환율 문제, 구슬게임 관련 문항 등을 평가했다.

마지막날은 국어능력 평가·사회·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질문을 우리말로 조리 있게 발표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그림을 보며 지층의 변화 설명하기, 인터넷 등 정보화시대에 대한 의견, 한류열풍에 대한 의견 등 5~6분간 발표를 하는 식이었다.

◆ 전형 분석과 학습방향
청심 국제중의 평가시험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뛰어난 영어실력이다. 역사와 국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중의 커리큘럼을 학생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1차 서류전형부터 각종 영어성적을 제출해야 유리하다. 단체면접 내용은 누가 얼마나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정확한 발음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개별면접은 어떤가. 보다 발전한 형식으로 정확한 영어 발음과 발표력, 내용 이해력, 논리력을 평가했다. 읽기(Reading)와 쓰기(Speaking)가 혼합된 형식으로 얼마나 창의성을 갖고 표현력 있게 말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었다. 마치 iBT(인터넷 토플 시험) 의 말하기 테스트의 중학생용 문제와 같은 느낌이다. 이 정도의 영어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영어준비가 필수다.

둘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평가한다. 수학·과학·사회·국어 평가문항의 주제들은 그야말로 신문도 읽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평소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답변할 수 있는 문제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다양하고 풍부했다. 영어평가도 마찬가지다. 서울 집중화 현상과 그 문제점을 생각해보지 않은 학생이라면 아무리 영어권에서 오래 살다 온 학생이라도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마땅한 답변을 찾지 못해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학생들도 있었다. 이처럼 이번 청심국제중의 시험은 마치 민사고의 평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영어능력을 가장 우선시 해 중요하게 평가하는 점과 여러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점이 그렇다.

따라서 청심국제중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우선 입학시험은 차치하고 영어 학습을 꾸준히 해둬야 한다. 그래야 입학 후 영어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그렇게 실력을 닦은 후에는 반드시 영어공인성적들을 받아둬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자료를 반드시 준비해놓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원어민과 함께 말하기 연습을 충분히 하면서 국제중 영어시험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편식없는 학습을 해둬야 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골고루 배우고 익히면서 독서를 통해 심화된 내용도 익혀야 한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놓도록 한다. 어려운 내용은 필요 없다. 골고루 다양하게'박학다식'한 면모를 갖추기 위해 힘쓰야 한다. 02-554-1414, www.egschool.com 이지외국어학원 대표원장 정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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