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일대-육상 여름훈련장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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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관령 일대의 강원도 평창 지역이 한국판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떠오르고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미국 북중부 로키산맥 중턱의 1천1백m고원에 위치, 미국의 올림픽대표선수들의 합숙강화 훈련장일 뿐 아니라 전세계 유명육상선수(중·장거리 부문)들이 앞다투어 찾아오는 곳.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고지이기 때문에 매연 등 공해에서 벗어날 수 있고 특히 산소밀도가 평지보다 떨어져 중·장거리 선수들의 고지적응 훈련 장소로 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평창군 일대, 구체적으로는 봉평면과 도암면 횡계리 일대도 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와 비슷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의 각종 운동 팀들은 설악산이나 지리산·제주도 등 오래도록 익숙해진 명승지들을 주로 전지 훈련장소로 삼아왔다. 평창군 일대의 유리한 훈련조건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3년전부터 이 곳이 육상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 서울 시청팀에 의해 맨 먼저 베일이 벗겨지고 이어 올 여름 들어 논노·국제상사·수자원공사 등 6개 실업팀과 대학·고교팀 등 l0여개 팀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하계전지훈련을 벌이는 등 평창 지역은 한국육상선수들에게 여름훈련의 메카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
높이 1천4백60m의 함병산을 기점으로 대관령∼삼양목장∼횡계리∼내창을 순환하는 약 27㎞에 이르는 천혜의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압권인데 한 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할 뿐 아니라 낮 최고 기온이 섭씨30도를 거의 넘지 않아 선수들이 별로 지치지 않고 장기합숙훈련을 할 수 있다.
서울시청의 박해용 감독은 『공기가 맑고 지형이 단조롭지 않아 선수들이 권태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고 『한여름에도 하루 6시간 이상씩의 강한 훈련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게다가 강릉 공설운동장까지는 자동차로 약35분 거리여서 스피드 및 기술훈련을 매일 병행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점도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도·지리산들보다 훨씬 가까울 뿐 아니라 유명관광지인 이들 지역이 한여름엔 피서인파가 몰러 훈련분위기가 흐려지기 쉽고 물가마저 엄청나게 비싼데 비하면 평창 지역의 입지조건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것.
다만 앞으로 여러 팀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 것이 확실해져 숙박문제(아직은 민박)만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면 평창군 일대는 한국육상 발전의 터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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