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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해저 가스관 사업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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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러시아가 독일과 손잡고 추진 중인 발트해 가스관 사업에 대해 미국이 노골적으로 못마땅해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가 직접 나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독일 언론은 냉전 이후 다시 냉각된 미.러시아 간의 관계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 국무부 매튜 브리자 부차관보는 29일 파이낸셜타임스 독일어판(FTD)과의 회견에서 "발트해 가스관 사업은 유럽의 러시아 의존도를 더 높일 뿐만 아니라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 독점업체는 개별 국가와의 특수계약을 자주 파기했다. 지난겨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을 때 일어났던 일을 겪게 되길 원하는가"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 스파이 스캔들 사건으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관계가 악화된 뒤 그루지야에 대한 가스 공급이 2주간 끊겼던 일도 지적했다. FTD는 "백악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모스크바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려 했던 당초 의도에서 벗어나 다시 밀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독일은 미국의 견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는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 국가"라면서 "이 사업은 독일뿐만 아니라 서유럽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발트해 가스관 사업을 추진하는 독.러시아 합작회사 노르트스트림의 감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발트해 가스관 사업은 현재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 이 회사 마티아스 바르닝 대변인은 "향후 18개월 안에 본격적인 공사 착공에 필요한 환경조사 등 제반 조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006년 12월 모스크바 북쪽 바바예보 지역에선 유럽에 공급할 900㎞ 길이의 국내 가스관 건설 1차 공사에 들어갔다. 2010년 10월 완공이 목표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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