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게가 해충 먹어 무공해 벼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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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정산면 광생리 일대 논에서 농민 오효석(오른쪽)씨와 충청수산 대표 명노환씨가 벼베기를 하며 잡은 참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청양=프리랜서 김성태

"생태환경도 복원하고 지역경제도 살리고…." 30일 오전 11시 충남 청양군 정산면 광생리 오효석(66)씨의 논. 오씨와 주민 네 명이 낫을 들고 벼베기에 한창이다. 주민 한두 명은 이리저리 논바닥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주워 담고 있다. 양동이 안을 들여다보니 참게 10여 마리가 하얀 거품을 품으며 꿈틀거리고 있다. 벼와 함께 참게를 논에서 키운 것이다.

오씨는 "참게를 이용해 무농약 농사도 짓고, 추수 뒤에는 참게를 팔아 소득도 올린다"고 말했다.

논과 하천, 저수지 등에 참게.다슬기.붕어 등을 방류해 오염된 생태환경을 복원시키고 소득도 올리는 사업이 충남 청양지역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오씨를 비롯, 청양군 광생리 마을 35농가는 올해 처음으로 6만3000여 평의 논에서 참게로 농사를 지었다. 참게 농법으론 전국 최대 규모다. 농민들은 올해 80㎏들이 쌀 1260여 가마를 생산, 2억5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농법으로 쌀을 생산할 때보다 40% 증가한 것이다. 주민들은 청양군 장평면에서 17년째 참게 양식업을 하는 명노환(59.충청수산대표)씨의 도움으로 참게 농사를 하게 됐다.

명씨는 "참게를 논에 풀어놓으면 무농약 쌀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명씨는 농민들에게 농사용 참게를 무료로 빌려준 뒤 수확철에 되가져 가기로 했다.

참게를 논에 풀어놓으면 벼물바구미.이화명충 등 해충을 잡아먹고 잡초도 뜯어 먹는다. 또 땅을 헤집고 다녀 지력(地力)을 향상시킨다. 참게 배설물은 유기질이 풍부해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천에 방류한 참게는 죽은 물고기나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기 때문에 하천 정화활동도 한다. 이렇게 키운 참게는 게장을 담가 2kg들이 한 박스를 12만원씩에 판다.

참게가 있는 논에는 수확이 끝날 때까지 농약이나 비료를 일절 사용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무농약 쌀이 생산된다. 또 논에는 메뚜기와 미꾸라지도 많이 생겼다. 이와 별도로 청양군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청양군 내 주요 하천에 크기 1㎝의 어린 참게를 방류해 왔다. 청양군 내 하천은 참게 서식에 적합한 2급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청양군 장평.대치면 일대 주민 80여 명은 4~5년 전부터 해마다 가을철만 되면 참게잡이로 바쁘다.

주민 김동구(60)씨는 "가을철 한두 달 사이에 참게를 잡아 인근 식당에 팔거나 게장을 담가 먹는다"며 "참게잡이로 해마다 9~10월 가구당 200여만원을 벌고 있다"고 자랑했다.

군은 또 지난해부터 금강 지류인 하천에 해마다 다슬기 200㎏(1000여만원어치)을 뿌리고 있다. 이 덕분에 28가구 주민들은 다슬기 채취로만 연간 최고 2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들은 '어업계'를 만들어 하천을 청소하는 등 다슬기를 오염원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청양=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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