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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만행” 사법적 판결주목/사할린동포 일정부에 배상소송(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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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입증자료 많아 “승소확신”/일 여론환기 상징효과도
사할린동포 법률구조회가 29일 일본정부를 상대로 2억1천만엔의 배상청구소송을 냄으로써 일제만행의 책임소재규명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특히 이 소송은 얼룩진 우리역사에서 일본의 책임을 사법적으로 가린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며 재판과정에서 일제만행의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일본국민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와함께 소송진행을 통해 일본정부의 사죄정도 및 입장이 가늠될 것으로 예상돼 재판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구조회측은 이번 소송이 사할린동포1세와 후손ㆍ귀국자 등 4만3천여명의 대표소송이기 때문에 1차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나머지 피해자들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혀 앞으로 민사법정에서 한일양국이 뜨거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전망=한국변호사는 일본에서 진행되는 이소송의 대리권이 없어 실제소송은 일본변호사가 수행한다.
사할린동포 법률구조회는 그동안 일제만행에 비판적이고 사할린 현지사정을 잘 아는 동경지방 변호사회소속 다가키 겐이치ㆍ쓰게하라 가스야ㆍ이노우에 마사하루 등 일본변호사 12명을 원고측 변호인으로 선임,소송을 맡게했다.
그러나 입증자료 및 피해사례확보와 법률적인 뒷받침 등 실질적이고 전반적인 소송준비는 사할린동포법률구조회가 맡는다.
우리측은 일제만행은 역사적인 사실로 우리동포가 일제의 희생물이었음이 명백한 이상 승소는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외국의 예=서독의 경우 51년9월 아데나워총리가 침략행위에 대한 도덕적 물적보상의무를 밝힌이래 52년 이스라엘과 유대인회의에 34억마르크를 지급했으며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대인과 가족에게 4백80억달러를 배상했다.
서독의 8개 기업체도 1만4천여 강제연행노동자에게 7천6백만마르크(현 일화18조8백억엔)를 지불하기도 했다.
심지어 승전국인 미국과 캐나다도 2차대전중인 42년부터 3년간 일본계 시민의 강제수용에 대하여 유감의 뜻을 표하고 미국은 6만명에게 1인당 2만달러를,캐나다는 1만2천명에게 1인당 2만1천달러를 지급했다는 것.
이러한 배상과는 달리 일본은 65년 한일조약과 협정에 따라 5억달러의 청구권으로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태=사할린에 강제징용된 동포들은 하루12∼14 시간의 중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매질과 욕설을 당하는 것은 일상사였고 몸이아파 누우면 식사배급마저 줄였다.
경남 밀양군 출신의 진기상씨는 43년 10월20일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가 함께 징용된 40여명의 한국인들과 굴안에서 하루12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밖에 법률구조회가 수집한 자료에는 44년 사할린에 끌려간뒤 돌아오지않는 아들 정재용씨(당시 22세ㆍ경북 금릉군)를 40여년간 기다리다 아들 사망소식을 듣고 87년 음독자살한 이점순할머니(당시91세)의 경우 등 사할린동포와 이산가족의 한맺힌 사연들이 적혀있다.<김석기ㆍ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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