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범죄 심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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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신문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온나라가 모두 우범지대와 같은 느낌이 든다.
대로변의 공중전화에서 사소한 시비끝에 아기 업은 주부가 살해되는가 하면 백주에 택시를 탄 임신부가 운전기사에게 폭행을 당하고 돈까지 빼앗기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골외가에 놀러갔던 여중생들이 이웃 10대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른바 티켓다방에 팔린 다음 하루사이에 술집등 윤락가 세곳을 전전한 끝에 간신히 풀려난 사건도 엊그제 일어났다.
한때 대도시에 국한되었던 이런 범죄는 이제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성범죄의 확산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왜 이런 범죄를 예사로이 저지르고 있는가.
정신분석학자들은 성범죄자의 30∼1백%가 정신장애자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조사한 한 통계를 보면 강간범의 48%는 반사회적 성격,21%는 기타 성격장애,11.9%는 정신분열증,그밖에는 약물과 알콜중독등으로 나타났다. 멀쩡한 정신으로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9%에 불과했다.
이들 성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의학적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미국에서도 70년대 중반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보스턴의 여성 사법정신의학자인 그로드의 연구다.
그에 따르면 『성폭행이란 성자체가 목적이기 보다는 성이란 방법을 통해 힘을 과시하거나 욕구불만 또는 분노를 풀려는 하나의 기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성폭행을 권력형과 분노형으로 나누고 있는데,전체의 64.9%를 차지하는 권력형은 가해자가 자신의 남성성,정복성,우월성,지배성을 증명함으로써 자신속에 있는 열등감,왜소감을 부정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가해자에게 성적인 대화를 강요한다.
그 반면 분노형은 가해자가 여성에게 가졌던 분노,경멸,증오를 푸는 것인데 이때 폭력은 물론 살인까지 동반된다. 따라서 권력형은 상대방에 대한 육체적 피해보다 정신적 피해가 더 큰 데 비해 분노형은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똑같이 크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같은 성범죄자들의 절반가량이 반사회적 성격이라는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날로 늘고 있는 성범죄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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