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차갑다? 다정하고 부드럽다! 김영택의 펜화 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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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펜은 날카롭다. 딱딱하다. 그리고 차갑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도 한순간에 날아간다. 펜화가 김영택의 그림을 접하는 순간이다. 다정다감하고, 부드럽고, 익숙하다. 차가운 물성을 따뜻한 감성으로 바뀌게 하는 것은 그의 손길이다. 달력 만한 크기(37×48㎝)의 펜화 한 점을 그리는 데 10일간 꼼짝 않고 50만번 펜 선을 그려야 한다. 대자연의 기운이 느껴지는'숙정문과 서울성곽'의 경우 100만번의 수고로움이 낳은 결과물이다.

우리 문화재를 답사하고 이를 펜화로 정교하게 그리는 김영택씨가 두번째 개인전인 '펜화기행Ⅱ'(11월 7일까지 인사동 학고재.02-739-4937)를 연다. 육각 정자가 특이한 창덕궁 존덕정, 고즈넉한 한개마을 한주정사(사진), 꽃이 흐드러진 선운사 등이다. 전시장에선 작품마다 실물 사진과 기행문을 함께 선보인다. '추녀 끝에 토기로 만든 사래토수가 씌워져 있는데 그 모양이 제법 예쁘다'(창덕궁 존덕정) 는 등 건축물의 세부적인 구조와 감상을 적고 있어 우리 문화유산의 기록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씨는 "우리 문화재 500점을 펜화에 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한 작품에 꼬박 열흘을 매달려야 하는 데 그만한 다작이 가능할까. "언젠가 명리학자가 저의 관상을 보더니 89세까지 산다고 하더군요. 오래 산다고 하니 좋은 작품 많이 내놓아야지요."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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