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힘의 해결」… 미 소 “평행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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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보리 「무력사용」결의 진통/소 “군사조치 강화는 더 큰 대결 불러”/미 “봉쇄만으론 부족”… 후속타 요구
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제재를 강제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무력사용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미ㆍ영ㆍ불ㆍ소ㆍ중 등 유엔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들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무력사용 결의안 문제를 놓고 비공식접촉을 벌였으나 미국과 소련의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못하고 있다.
유엔결의안 채택은 형식상으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후인 지난 6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 이라크 경제제재 결의안을 강제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것이나 사실상 미국이 취한 일방적인 봉쇄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에 의해 강력히 추진되었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영국은 미국을 대신해 결의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고 프랑스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은 두가지 이유로 군사행동 결의안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
하나는 유엔의 경제제재 결의안이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위반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소련은 유엔의 제재조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데 유엔이 군사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자칫 이번 위기를 위험한 군사대결로 몰고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은 안보리 결의안이 준수되고 있지 않음이 밝혀질 경우 안보리가 해상봉쇄 등 군사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은 유엔헌장 42,43조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일방적 봉쇄조치를 취한 미국의 입장은 유엔이 경제제재조치를 결의한 이상 이의 집행을 위한 군사행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군사행동 결의는 필연적이라며 유엔헌장 7조를 강조하고 있다.
유엔헌장 7조는 안보리가 자신의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군대를 조직하고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련이 보이고 있는 미국등 서방측과 또다른 이견은 군사행동을 감시할 유엔역할의 규모에 관한 것이다.
미 소는 군사행동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가 결의할 경우 페르시아만에 이미 파견됐거나 장차 파견될 유엔의 지휘하에 들어갈 각군 군대의 지휘권과 통솔의 범위에 대해 견해가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군사행동 결의안에 반대할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안보리가 열리면 불참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소련을 비롯한 상임이사국들은 경제제재조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 결의안을 채택하는데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비공식 접촉을 마친 상임이사국 대표들은 지금까지 모임이 결의안 채택까진 이르지 못했어도 「상당한 진전」(미국측)이나 「실무적 토론(소련측)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주일간의 노력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미국은 경제제재가 90% 효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유엔 결의안 채택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고 미국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자격이 있음을 강조해 가능한 소련과의 외교마찰이 있다는 인상과 외교적 패배에 대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소련이 어떤 이유로든 끝까지 군사행동 결의안 채택을 거부할 경우 이는 이라크사태 발생후 강경대응을 주도해온 미국엔 첫 외교적 패배이자 강대국들간의 공조체제 와해를 의미하게 된다. 이것은 또 이라크엔 군사충돌이 있을 경우 이를 이라크와 미국의 대결로 몰고갈 명분을 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안보리의 논의결과가 주목된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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