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동서양이 "포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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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12차 서울 세계 시인 대회가 22일 서울 라마다 올림피아호텔에서 개막됐다. 「시를 통한 세계의 형제애와 평화」를 주제로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세계 45개국 시인 2백81명과 국내 시인 4백32명 등 7백13명이 참가, 본회의 및 분과회의·시 낭송·전시회·세계시인 꽃동산 조성·기념 사화집 발간 등의 행사를 갖는다.
대회장인 정한모씨는 개회사에서 『시는 언어와 국경을 초월, 인간 자체로서 통하는 것』이라며 『세계 시인들이 모인 이번 대회에서 세계의 우정과 화합을 뜨겁게 확인, 평화롭게 살 수 있는 21세기를 시인들이 선도하자』고 호소했다.
1969년 창설된 세계 시인 대회는 국제 계관 시인 연합 (UPLI)에서 매년 또는 격년으로 나라를 바꿔가며 여는 세계시인들의 축제로서 그동안 필리핀·대만·미국·스페인·모로코·이탈리아 등에서 열렸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79년에 이어 두번째.
참가시인 중에는 89년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소련시단의 제1인자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를 비롯, 미국의 대표적 낭송시인 앨런 긴즈버그, 영국의 존실킨, 일본의 아키야 유타카 등 세계적 명성을 지닌 시인들 및 공산권 동포 시인들도 많다. 그러나 북한 시인들은 불참했다.
참가 시인 전원이 참여하는 본회의는 23, 26일 두차례 열리며 보즈네센스키·긴즈버그 및 우리 나라의 김춘수씨 등 8개국 유명 시인 11명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특히 26일 2차 본회의에서는 소련 모스크바대 동방학연구소장이며 북한 문학 전문가인 유마주르씨의 북한 문학에 대한 주제 발표가 있어 주목된다.
「시를 통한 동서양의 만남」 「현대시와 이데올로기」 「21세기 시의 전망」 등을 주제로 3개 분과로 나눠 24, 26일 열릴 분과회의에서도 국내외 시인 34명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을 예정.
23, 24, 26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시 낭송회에는 보즈네 센스키·긴즈버그·시라이시 가즈코 등 세계적 낭송시인과 우리 나라의 김남조·홍윤숙씨 등이 참가한다.
한편 자기 나라에서 꽃씨를 가져온 세계 시인들은 24일 서울 예술의 전당 구내에 1백50평 규모의 세계 시인의 꽃동산을 꾸미게 되며 참가 시인들의 시 6백88편을 모은 사화집 『시간을 벗어난 은유』도 발간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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