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불신의 깊은골 노출/야유로 끝난 농어민후계자대회(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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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충남 천원군 성환읍 국립종축원에서 열린 제2회 전국농어민 후계자대회는 1만6천여명의 농어민후계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준채 불안한 영농의 앞날을 내다보는 것같은 불신의 대회로 끝났다.
이번대회의 취지는 외국산 농축산물개방에 따른 농업위기극복을 위해 농어민 당사자는 물론 도시 소비자ㆍ정부ㆍ학계 등 각계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키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농정당국의 미지근한 우루과이라운드(UR)대책과 당초 서울보라매공원이나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열려던 서울대회무산,이에따라 농산물 직판길이 막힌데다 주최측의 무관심한 배려까지 겹쳐 급기야는 강보성농림수산부장관에 대한 야유소동을 빚고 말았다.
20일 오후8시 시작된 개막식에서 이경해 농어민후계자협의회장(43)의 대회사에 이어 강장관이 격려사를 하기위해 연단에 올라가자 『장관물러가라』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포기하라』는 등의 야유와 함께 빈깡통과 돌이 날아들었다.
이는 평소 농업경시ㆍ농정부재에 대한 농어민들의 불만과 불신의 골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더구나 대회참석자들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농어민후계자라는 점에서 이번사건의 파장은 앞으로 상당히 클것으로 보인다.
대회참석자들의 농정에 대한 불만은 개회식이 이미 열린 「한국농수산업의 위기,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토론회에서 강도높게 터져 나왔다.
중앙대 김성훈교수(58ㆍ농업경제학)는 「농어촌은 뿌리­도시는 꽃」이란 주제강연에서 『정부가 지난해 농민에게 2조3천억원을 보조했다는 것은 이 가운데 2천5백여억원만 양특적자명목으로 보조해준 것이고 나머지는 한국은행에서 통화인출한것을 상쇄시킨것으로 우루과이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정부의 처사는 납득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민 장사권씨(38ㆍ경북 문경)는 『농수산부ㆍ경제기획원관리들이 참석치않고 젖소나 돼지가 아닌 농민을 종축장 진흙바닥에 떼민 것은 정부가 농정을 포기하는 반증』이라고 지적하고 『이 결과 농촌은 아기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인 무아촌,빈집투성이인 유령촌,갈곳없는 노인만 남은 양노원』이라고 비난했다.
대회장엔 「UR협상강력반대」 「우리농촌 살리자」는 플래카드 수백개나 나붙었고 참가자들은 「우리농산물 먹읍시다」는 글을 새긴 흰색티셔츠를 입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회 2일째인 21일에는 농민노래자랑,도ㆍ농간의 화합의밤,연예인축하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때마침 천원지방에 내린 70㎜이상의 비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부녀자들과 어린이환자가 속출하자 1만5천여명의 후계자들이 서둘러 짐을 꾸려 돌아가 이번대회는 폐막식없이 끝나고 말았다.
당초 주최측은 이번대회의 성과를 높이고 어려운 농촌현실을 도시소비자들에게 직접 호소하기위해 서울시에 보라매공원 또는 잠실고수부지를 집회장소로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미사리조정경기장을 사용하려다 또다시 거절당하자 대회장소를 종축장으로 결정했다.
대회가 끝난후 이경해대회장은 부당한 농민대우에 대한 단식농성을 선언해 이번 대회는 농어민들의 대응과 단합보다는 불협화음의 여운속에 농어민들의 새로운 집단행동의 불씨를 남기게 됐다.<성환=김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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