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1000여 명 '아마 최고수' 겨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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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전주교육대에서 열린 세계바둑축제. 66개국 수많은 바둑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둑 삼매경에 빠졌다. [한국기원 제공]

■ 하리 반더 크록트
네덜란드 사진작가 "바둑 사진에 푹 빠져"

네덜란드 바둑인은 9명이나 왔는데 사진작가 하리 반더 크록트(52)는 그중 한명이다. 특이하게도 바둑을 작품 소재로 쓴다. 그는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 '바둑'담당 위원이기도 하다. 재능있는 청소년 10명 정도를 뽑아 국제대회 참가, 해외연수 등을 시키고 있다.

대학생이던 25세 때 책방에서 바둑책을 발견했다. 표지사진의 바둑판과 그 위에 놓인 바둑알의 기하학적인 미(美)에 반해 독학으로 바둑을 배웠다. 바둑에 집중한 모습, 돌이 표현하는 사람들의 내면과 농축된 대화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서 바둑 사진을 찍는다. 한국은 어떤가 묻자 "첫 방문인데 너무 멋지다. 복잡한 명동, 남대문 시장을 밤에 걸어다녀 보았는데 서로 부딛쳐도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이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 사회가 남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아미르 프라그만
14세 최연소 출전자 "이스라엘 바둑인 급증"

아미르 프라그만은 이스라엘 대표로 온 14세 소년으로 이번 대회 최연소자다. 약사이자 기업가에 이스라엘 바둑협회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샤비트 프라그만)와 함께 왔다.

샤비트 프라그만은 "이스라엘에서는 바둑이 사람을 더 낫게 만드는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일본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영향에 힘입어 3년 전 50명 정도이던 바둑인구가 지금은 2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폭발적인 증가율이다. 국내대회는 1년에 10개. 대회마다 600명 정도 참가한다. 아들 아미르는 유럽 콩그레스와 국내 유소년부에서 계속 우승했다. 이스라엘 랭킹은 4위. 이번 대회선 4승4패로 32위를 했다. 샤비트는 "이스라엘 바둑발전을 위해 10년 계획을 세워놓았다. 정기적으로 한국기사를 초청하겠다. 이창호 9단을 이스라엘에서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스테판 푸쉬로
동호인 10명 타이티 출신4승 4패에도 싱글벙글

타히티라는 섬나라는 바둑과는 도통 무관할 듯 싶은데 그곳에서도 2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한 선수가 왔다. 스테판 푸쉬로. 프랑스에서 바둑을 배운 34세의 IT관련 사업가로 대회기간 중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던 인물이다.

바둑실력은 4급. 인구 20만 명의 타이티에서 바둑인구는 몇 명일까. 스테판은 "매우 적다. 10명이다"며 웃는다. 그러나 타이티뿐 아니라 인근 프랑스령 섬 전체에서 45명이 선발전에 참가했고 거기서 당당 1등을 해 이 대회에 나오게 됐다고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한국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도 많고 사람도 많다. 타이티는 바둑 두는 사람이 적어 아쉬웠는데 이곳엔 프로까지 있으니 바둑 천국인 것 같다"는 게 대회 소감. 4승4패로 52위를 기록했다.

■ 대회 이끈 송하진 시장
"전주 고전적 이미지와 바둑 이미지 꼭 맞아"

전주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고전을 꿈꾼다. 한지, 판소리, 한옥마을등 전주라는 도시는 오랜 세월을 지키고 담아내 현재와 접목시키려 애쓴다. 전주시가 지난 8년간 이창호배 전국아마대회를 지원해왔고 이번엔 마음먹고 세계아마바둑대회를 유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이번 대회기간엔 국내외 무려 1000여명의 바둑인들이 전주를 찾았다.

서울까지 올라와 전주세계아마바둑대회를 선전하는데 열심이었던 송하진 전주 시장은 "바둑의 고전적인 이미지가 전주가 가려고 하는 이미지와 부합된다 "고 말한다. 한옥마을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하자 "한옥마을은 아직 10%도 완성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전주의 자랑인 이창호 9단의 바둑관도 앞으로 그곳에 세워질 것이다"고 덧붙인다. 서예의 대가인 강암 송성용 선생이 그의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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