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블로그] 얼마 전에 군대 간 아들에게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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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면 왠지 고향의 부모님께 안부를 전해야 할 것같고, 떠나있는 가족 생각이 새록새록 나게 마련인가. 조인스 블로그에는 최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주제로 한 많은 글들이 올라 오고 있다. 조인스 블로거인 소설가 권현옥님은 이달초 아들을 군대에 보낸뒤 아들을 그리는 ‘병영일기’를 쓰고 있다. 작가면서 왕성한 기업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노희상님도 열혈 조인스 블로거다. 두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묶었다.

훈련소에서 보내온 아들의 장정소포.

얼마 전에 군대 간 아들에게

"남자 중의 남자가 돼 돌아오라"

이 녀석 입대 1주일. 난 자리에 황소바람이 든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부엌으로 쓱 나와서는 내 어깨를 주무르며 뭘 넣었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묻던 살가운 녀석.

냄새만으로 김치찌개인지, 된장찌개인지, 미역국인지, 우거지국인지, 스파게티인지, 국수전골인지 메뉴를 맞히고는 좋아했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장정소포. 휑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심호흡을 하고, 연다.

팬티에 양말, 신발까지 고스란히 들었다. 벗은 팬티를 상표의 비닐봉지에 넣었다.

사이즈 M100호. 면 100%에 품질보증 검인 스티커가 붙었다.

차곡차곡 접어 넣은 옷 아래 벗은 신발을 보는 기분이라니….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다 겪었고 겪을 일.

옷 받는 일을 잘 넘겼으니 이제 그럭저럭 한 고비가 넘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팬티 포장이었을 법한 비닐봉지에 새겨진 글귀가 장정소포의 의미를 말해주는 듯하다.

"최고의 남자를 만들기 위한 최고의 노력…."

군대가 그런 곳이라고, 그래서 모두 다 겪어야 한다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잠시 동안은.

아들이 군에 가면 어미도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신경을 자극하고 간섭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연구와 파악이 우선인 법.

대한민국 육군에 대한 총체적 연구를 해봐야겠다.

아들 침대로 기어들어가 몸을 누인다. blog.joins.com/pearl39

배고팠던 50~60년대를 회상하며

"굶는 동생 주려 죽은 강아지를"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아버지들은 모두가 전설적인 인물들입니다.

그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배고픔을 모르고 삽니다.

6.25때 다섯 살이던 난 엄마 손잡고 산 속으로 피난을 갔다가 두 달만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와보니 집을 지키던 누렁이와 닭·돼지들은 인민군들이 다 잡아먹고,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더군요.

그후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기가 어려워 식솔들을 이끌고 도회지로 진출한 우리 아버지는 기차정거장 앞에서 지게를 지셨습니다.

농사지을 때 익힌 기술(?)이 도회지에서 짐꾼으로 살아갈 방도가 된 것이지요.

50년대 후반은 정말 배가 고팠습니다. 배고픔은 60년대에도 이어졌습니다.

65년 겨울, 함박눈이 온 대지를 두텁게 덮어주던 밤이었지요.

저는 눈 속에 얼어죽은 강아지 한마리를 주워다가 녹인 뒤, 물을 끓여 삶아서 동생들에게 먹였습니다.

산동네 오두막집, 일렁거리는 호롱불 아래에서 게걸스럽게 살과 뼈를 뜯어먹던 동생들. 아아, 몬도가네가 따로 없었지요.

저는 동생들에게 바가지와 소금접시를 물려주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울며 말했습니다.

‘하느님, 제발 오늘 밤 한번만 눈이 아닌 밀가루를 내려주십시오. 제 동생들이 내일 아침 먹을 양식이 없거든요. 하느님…’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만 내려왔습니다.

이제 한 차례 육갑을 넘기고 나니 세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만든 ‘아버지의 전설’이, 아니 이 나라 모든 아버지의 전설이 그 자식들에게 자랑과 영광의 역사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열망 한 가닥을 제 인생의 창가에 드리워 봅니다.
http://blog.joins.com/manchuria

*** 더 많은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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