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휴먼골프 <25> 유상옥 코리아나 화장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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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하는 남자' '화장하는 CEO'. 코리아나 화장품 유상옥 회장(73)의 별명이다.

실제로 유 회장은 사장 시절 손톱에 여러 색깔의 매니큐어를 칠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장이 손톱 화장까지 하고 있으니 연구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까지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휘닉스파크CC에서 유 회장과 함께 유쾌한 라운드를 했다. 이분의 지론은 '아름다움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고구려 벽화를 봐도 눈화장과 입술화장을 한 것이 보입니다. 이제는 골프장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야 합니다. 오존층이 파괴돼 피부가 상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걸 생각해야죠."

유 회장은 동반자와 캐디에게까지 자외선 차단제를 직접 발라주고 캐디에게는 선물도 했다.

동아제약 공채 사원으로 입사한 유 회장은 '박카스 신화'를 창조하는 등 30년간 일한 뒤 55세 되던 해에 코리아나 화장품을 창업해서 업계 선두그룹에 뛰어든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에게 성공 요인을 물어봤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간 걸리는데 저는 대학 이후에 학교 다닌 기간이 훨씬 더 깁니다."

유 회장은 입사 2년 만에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에도 박물관 대학에 다녔고 지금도 여러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그의 골프 스타일은 한마디로 유유자적이다. 긴장하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올해로 구력이 35년을 넘었는데 이제는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샷 하나하나를 즐긴다고 한다.

"요즘은 필드에 나갈 때 파 5개를 목표로 합니다. 대개 파 5개 이상은 잡으니까 항상 즐겁죠."

90타를 넘겨도 즐겁고, 내기를 해서 잃어도 즐겁고, 심지어는 OB를 내도 즐겁다는 것이다. 다섯 개의 파가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이날 유 회장은 7개의 파를 잡으며 87타를 쳤다. 한때는 싱글을 유지해 오던 분이 87타를 쳤지만 표정을 살펴보니 여전히 환한 얼굴이다.

유 회장은 집념이 강한 사람이다. 30년 전부터 화장품 관련 물품을 모으기 시작해 화장박물관을 만들었다. 신라.백제시대 여인들이 쓰던 경대와 화장품 용기 등 소중한 작품을 5000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업과 골프는 닮은 점이 많아요. 투자해야 하고 열정과 집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치면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내년부터는 '파 4개의 행복'으로 목표를 바꿀 겁니다."

한창때 같이 라운드하던 사람 중에 지금도 함께하는 사람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골프의 최종 목적은 스코어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기에 파 5개로도 행복하다며 웃는 그는 '지혜로운 CEO'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원포인트 레슨=골프의 최종 목표를 설정하라.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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