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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성적 올리는 비법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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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망국병」으로까지 혹평되는 과외는 과연 학교수업 외에 꼭 거쳐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정인가.
이 같은 물음에도 불구, 서울 특히 강남지역 웬만한 가정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자녀들에게 과외를 시키고, 비용도 과목당 월1백50만∼2백만원짜리 까지 등장, 극성이 극에 이른 실정이다.
학부모들이 엄청난 비용지출과 사회적 비판 등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과외를 시키는 이유는 물론 자녀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것. 그러나 과외는 결코 「황금 점수를 낳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며 무분별한 과외는 오히려 학습의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유형 및 실태=현재 법적으로 허용돼 있는 과외는 ◆재학생의 방학기간 중 학원 수강 ▲학비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생의 개별 또는 그룹지도 두 가지 뿐이며 그 밖의 것은 모두 불법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직교사 및 유명 학원 강사들에 의한 개별 또는 그룹과의. 이 경우 수요는 많고 공급은 달리는데다가 위험수당까지 붙기 때문에 과외비가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에 이른다.
최근 한국부인회가 서울지역 8개 남녀 중·고교 2, 3학년 학부모 7백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4.8%가 과외를 하고 있으며, 이중 45.3%가 현직 교사 및 학원 강사로부터 과외지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과 득=윤리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은 제쳐놓고라도 학습 효과적 측면만을 따져 과외가 결코 모든 학생들에게 성적향상의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이름 날린」과외교사이기도 했던 한샘학원 유창한 원장은 『과외가 효과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라며 『공부할 자세가 돼있는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춰 거의 1대1 지도로 이뤄지는 대화식 강의가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교수방법과 교재가 다른데서 빚어지는 혼란이 일어나는데다 혼자서는 공부를 못하는 의존적 학습 습관에 젖게되며, 오고 가고 과외준비 하느라 낭비하는 시간 또한 엄청난 손해』라며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교시절 2년간 과외를 받았다는 K대 김모군(20·전산 1)은 『같은 내용을 남들보다 한번이라도 더 익히고 모르는 사항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 받을 수 있는 장점은 물론 있지만 그만큼 학교수업을 소홀히 하고 혼자 깊이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었다』며 『3학년 들어 혼자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 과외를 그만뒀는데 그 결과 번거롭지 않아 오히려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적도 종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유의사항=자녀들의 성적이 떨어질 경우 당황 감에서 무턱대고 과외를 시킬 것이 아니라 이에 앞서 그 정확한 원인을 추적, 과외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또 자녀들의 성적이 괜찮은데도 남들이 시키니까 덩달아 불안해져서 과외를 권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이때는 자녀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따르는 것이 좋다.
한국교육개발원 최영표 교육제도 연구실장은 『사회분위기에 편승, 무조건 과외를 시킬 경우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 과외까지 시켰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탄식하고, 자녀는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으로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외를 시키기로 결정했을 경우에도 ▲비싼 과외교사가 꼭 좋은 것은 아니며 ◆과외 받으러 오가는 사이 주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특히 입시가 임박해서는 학습페이스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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